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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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빈칼럼] 2023 계묘년 대한민국에 바란다

진영 논리에 묶인 정치권 분열
경제·한반도 안보 불안도 심각
정치권, 국민 눈높이 맞게 진화
국정 운영 위기 극복 초점 둬야

계묘년(癸卯年) 새해가 밝았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앞날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가 주목할 만한 압축적인 경제성장과 성공적인 민주화로 찬사를 받았지만, 발전국가 모델과 권위주의 통치에 의한 구조적인 취약성으로 오늘날의 경제와 정치는 안정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희망찬 2023년을 기대하기에는 곳곳에서 도사리는 갈등과 위기의 징후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잠재력과 역량이 뛰어난 ‘K-대한민국’이기에 작금의 위기와 도전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치의 분열, 대한민국에 드리운 가장 어두운 그림자다. 이념과 진영논리에 묶여 상대에 대한 배려와 관용을 조금도 허용하지 않는 비이성적인 집단의식이다. 혹자는 ‘분열 공화국’이라 칭할 만큼 심각한 위기 상황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오직 강성 지지층만을 바라보고 나와 조금이라도 다른 인식을 가진 국민을 포용할 생각은 전혀 없다. 최근 국민의힘이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경선에 100% 당원만 참여를 허용한 것은 극단적인 분열의 정치이다. 매년 국민이 낸 세금으로 수백억원의 국고보조금을 받는 공당(公黨)이 납세자인 일반 국민을 아예 배제한 것이다. 특정인에 대한 경계심 때문이라는 추측이지만,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집권 여당의 배타적이고 닫힌 인식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윤종빈 명지대 교수·정치학

얼마 전 보여준 민주당의 방탄 국회 또한 지지층만을 바라보는 정치로 국민의 눈높이와 철저히 차단된 그들만의 정치이다. 지난 대선에서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 폐지를 약속했고 이번 국회에서 세 차례나 지켰지만, 이번에는 무슨 이유 때문인지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다. 향후 이재명 대표를 보호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추측이 설득력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일반 국민과는 다른 잣대로 군림하며 남용되는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은 정치권의 진영 싸움을 유발하고 국민을 철저히 배제하기에 조속히 폐지되어야 한다.

새해 경제 전망 또한 그다지 밝지 않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를 1.6%로 예측할 정도로 비관적인데, 낮은 전망 수치가 가져올 국민 불안과 경제 악영향을 감수할 정도로 정부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특히 불안한 국제정세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 상황과 중첩되어 국내 경제의 복합적인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자국 보호주의가 득세하는 ‘탈(脫)세계화’의 위기 속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비관적인 경제 경고에 대비해 국내의 서민과 금융 취약 계층을 보호하는 정책 수단에 전력 집중해야 할 것이다. 특히 부동산 시장과 경기의 위축으로 고금리 빚의 늪에 빠진 젊은 세대와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이 시급하다.

경제는 물론이고 안보 불안 또한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와 중국 시진핑 정부의 패권 갈등이 득세하는 신냉전 시대에 대한민국의 지정학적 입지는 더욱 좁고 취약할 수밖에 없다. 최근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해와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는 아찔한 안보 공백 상황을 보여준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안보의 ‘담대한 구상’이 실효성이 낮아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의 시간을 벌어주는 것은 아닌지, 북한을 대화와 협상의 장으로 어떻게 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 2024년 미 대선까지 협상력을 끌어올리려는 북한의 꼼수가 한반도를 긴장과 불안으로 내몰지 않도록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필요하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진보와 보수의 정치이념 과잉으로 상대 진영의 주장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판과 비이성적인 거부로 대한민국은 ‘분열 공화국’으로 전락하였다. 국회 다수당인 야당이 입법과 예산을 통제하기에 소수 정당의 새로운 대통령은 국정운영에서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는 교착 상태에 빠졌다. 아직도 대선 여파가 남아 있어 승자와 패자는 갈등 중이다. 선거에는 졌어도 국정운영에는 동참할 수 있는 권력구조와 선거제도가 필요하다. 선거연합과 통치연합을 통해 패자부활전을 허용해야만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는 갈등과 분열의 정치는 종식될 수 있을 것이다.


윤종빈 명지대 교수·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