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토끼의 해’인 계묘년(癸卯年) 새해를 맞아 경기도의 민선 8기 단체장들은 어떤 키워드를 꼽았을까. 이들 대다수는 신년사에서 ‘기회’와 ‘도약’을 제시했다.
2일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고물가와 고금리, 경기 둔화의 ‘삼중고’가 예고된 올해 우리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자체장들은 다양한 청사진을 제시하며 풍요와 희망을 언급했다.
◆ 김동연 “기득권 내려놓지 않으면 ‘엉터리고 쇼’”…이재준 “현명한 토끼는 굴 세 개 파둬”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신년 키워드는 ‘미래’와 ‘혁신’이었다. 김 지사는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신년사를 통해 “새해 혁신산업 등 미래먹거리를 키우고 도의 경제영토를 넓히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어려움이 예상되는 경제 상황 속에서도 힘든 분들을 먼저 보살피는 상생과 포용의 공동체를 만들고, 민생과 안전도 한층 더 두텁고 촘촘하게 챙겨 도가 도민 삶을 지키는 방파제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는 이날 도청 대강당에서 열린 새해 인사회에선 “적어도 정치권에서 개혁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자기가 가진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면 ‘다 엉터리고 쇼’라고 생각한다”며 기성 정치권을 겨냥하기도 했다. 앞서 김 지사는 지난달 30일 조직개편에서 실장급 4명 모두를 교체하고, 국장급 절반을 바꾸는 대규모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도의 수부(首府)이자, 인구 100만 도시인 수원시의 이재준 시장은 같은 날 신년사를 통해 “시민의 엄중한 명령을 되새겨 새롭게 나아갈 수원의 디딤돌을 놓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 시장은 ‘현명한 토끼가 굴 세 개를 파둔다’는 토영삼굴(兎營三窟)을 언급했다. 당면한 위기에 대처하면서 변화와 전환, 공감을 앞세우겠다는 뜻이다.
역시 인구 100만 안팎 대도시 수장인 이상일 용인시장과 신상진 성남시장은 반도체와 교통인프라 등을 거론하며 ‘미래’와 ‘첨단’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전날 공개한 신년사에서 “‘함께 만드는 미래, 용인 르네상스’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성심성의껏 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 시장은 해현경장(解弦更張)의 사자성어를 끄집어냈다. ‘느슨해진 거문고 줄을 바꾸어 맨다’며 개혁과 혁신을 앞세운 것이다. 그는 “올해는 성남시 승격 50주년이 되는 해”라며 “과거의 부정을 일소하고 시정을 혁신해 시민만을 위한 행정으로 첨단과 혁신의 희망도시를 펼치겠다”고 했다.
◆ 신상진 ‘해현경장’, 정명근 ‘혁고정신’…김경희 “설봉산 위로 새 태양”
인구 100만 진입을 앞둔 평택시와 화성시의 수장들은 계묘년을 중요한 분기점으로 꼽았다. 정장선 평택시장은 “올해는 시에 아주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며 “100만 도시의 기틀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명근 화성시장은 “97만 화성시민 여러분!”으로 새해 인사를 시작했다. 정 시장은 “시민을 위해 토끼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부지런히 일하는 화성시가 될 것을 시민께 약속드린다”며 “시민들이 정해준 사자성어 혁고정신(革故鼎新)처럼 낡은 것을 고치고 새롭게 만들겠다”고 했다.
지역색을 가득 담은 신년사도 있었다. 김경희 이천시장은 “설봉산 위로, 백족산 위로, 효양산과 원적산 위로 이천을 환하게 비춰줄 희망의 새 태양이 떠올랐다”며 “지혜롭고 영리한 검은 토끼의 기운을 받아 뜻하시는 모든 일이 슬기롭게 이뤄지길 기원한다”고 인사했다.
방세환 광주시장도 “자족도시의 원년을 만들겠다”며 “영민한 흑토끼의 해를 맞아, 우리는 ‘규제 정비’와 ‘도시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품에 안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