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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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호남 지역갈등 완화 기대… 현역의원 기득권 포기가 관건 [‘선거구 개편’ 논의 급물살]

총선 앞 중대선거구제 ‘뜨거운 감자’로

1개 지역구서 2명 이상 대표 선출
사표 방지·군소정당 당선 가능성 ↑

인구 적은 농어촌 대표성 저하 우려
최소 3인 이상의 당선자 배분 제안

비례대표 의석 확대 등 대안 봇물
의석 확대 ‘국민 불신’ 최대 걸림돌

새해 초부터 정치권에서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내년 총선을 감안할 때 선거법 개정 시한(4월10일)이 3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만큼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행 승자 독식 소선거구제가 대량의 사표를 발생시키고, 군소 정당의 국회 진출 가능성을 낮춘다는 문제 의식에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정작 해당 제도를 논의할 국회의원이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을지가 미지수다. 그만큼 선거제도 개혁이 어렵다는 의미다.

기존 253석을 유지하면서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는 ‘의원 정수 확대’ 방안이 시민단체와 군소 정당을 중심으로 논의된 바 있지만 이마저도 국회에 대한 ‘높은 불신’ 탓에 가로막히곤 했다.

지난 2022년 12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1회 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2023년도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이 재석 273인 찬성 251인 반대 4인 기권 18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뉴시스

◆국회 논의 방향은 중대선거구제

현재까지 국회 내에서 주로 논의되는 선거제도 개편 방안은 ‘중대선거구제’다. 지역구별로 당선자를 2명 이상 선출하는 제도로 3∼4위 득표자도 당선될 가능성이 있게 된다. 양당 독과점을 극복할 수 있고 사표를 비교적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중대선거구제도는 인구수가 적은 농어촌의 경우 대표성이 낮아질 수 있다. 현행 253개 소선거구 상황에서도 전남 순천시·광양시·곡성군·구례군이나 경북 군위군·의성군·청송군·영덕군 등 생활권이 다른 기초 지방자치단체가 동일 지역구로 묶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영호남 지역 갈등은 완화할 수 있다지만 인구가 적은 농어촌의 대표성을 낮출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지역구 국회의원을 현행 253석에서 절반 수준인 127명으로 줄이고 중대선거구제도를 도입하되, 권역별 비례대표 127명, 전국 비례대표 46명을 선출하는 안을 내놨다. 특히 이 의원 안은 민주당 의원뿐 아니라 국민의힘 이명수·이용호 의원과 정의당 장혜영 의원,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 등도 공동발의에 참여했다. 민주당 소속인 김상희 전 국회부의장은 이를 보완한 중대선거구제안을 내놨다. 전국을 39개 권역으로 나누고, 인구수대로 5∼10명 당선자를 배분한 뒤, 농어촌 지역이 많은 강원·충북·충남·전북·전남·경북·경남·제주 권역에 최소 3인 이상 당선자를 두는 방식이다.

그러나 현역 의원들이 기존 소선거구제도를 내려놓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 따른다. 특정 누군가는 자신의 선거구를 포기해야만 논의가 가능해서다. 이에 독일 의회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지역구 의석 253석을 그대로 유지한 채, 비례대표 의석을 늘려 대표성과 비례성을 모두 확보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의원 개개인이 대변해야 할 유권자 숫자도 의석 정원을 300석으로 정했을 때 보다 늘어났고, 그만큼 사회도 더욱 다양화됐다는 점도 의석 정원 확대 주장에 힘을 싣는다.

여야 이번엔 합의 이룰까 지난 2022년 4월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지방선거 선거제 개혁과 다당제 정치개혁 촉구’ 시민사회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앞줄 왼쪽 다섯 번째), 정의당 배진교 의원(〃 여섯 번째) 등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2월22일, 민주당 최대 의견그룹 ‘더좋은미래’ 주최로 열린 ‘비례대표제 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한국선거학회장인 강우진 경북대 교수는 “현행 선거제도는 지역대표제와 비례대표제 혼합형이지만, 비례대표제의 경우 그 비율이 낮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 공감대를 전제로 의원정수 확대를 통한 비례대표 의석 정수 증대를 주장했다. 다만 의석 확대는 국민 불신이 최대 걸림돌이다. 의석 확대 의견은 지난 21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도 논의된 바 있으나 당시 여야는 정치적 타격을 우려한 나머지 모두 포기했다.

이와 관련 김진표 국회의장은 “다양한 방법과 조합을 놓고 어떻게 잘 조정할 것인지, 대도시와 중소도시, 농촌 지역을 어떻게 고르게 반영하면서 전체적으로는 인구 비례에 따르는 사항을 지켜야 한다”며 “안 하나를 합의하기란 쉽지 않으니 복수의 안을 만들고 그것을 가지고 국회 전원위에서 논의하자는 제안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의장은 “여태까지 나타난 많은 주장을 시뮬레이션도 해보고 검증도 해보는 과정에서 의원들 공감대를 이뤄낼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2일 국회에서 열린 2023년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부 비관적 시각도 존재… 정치적 구호에 그쳐

다만 선거법 개정 시한이 3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데다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총선 때마다 여야의 ‘정치적 구호’에 그쳤다는 점에서 비관적 시각도 상당하다. 소선거구제로 당선된 일부 현역 의원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인데다 선거구 획정·비례대표 의원 정수·연동형 비례제 폐지 등 여러 사안이 맞물린 만큼 여야가 끝내 합의에 이를 수 있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여당 일각에서 조차 윤석열 대통령의 중대선거구제 언급을 ‘원론적 차원’으로 여기는 분위기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전면적인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아니라 지역별로 소선거구제와 중대선거구제를 섞을 필요가 있다는 것 아닌가”라며 “중대선거구제라는 표현보다, 지역별로 최대 2인을 뽑도록 하는 제도 정도는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wit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