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제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여직원은 지방 출장을 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표한테 말했더니 ‘그럼 너도 여자 해’라는 말을 듣고 악착같이 이직을 준비해 결국 성공했습니다.” (직장인 B씨)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 최근 올라온 게시글이다. 인권위가 “남성만 숙직하는 것은 차별이 아니다”는 결론을 내 논란이 된 가운데 블라인드 게시글 수천 건을 분석한 결과 성차별 문제와 관련해 ‘남성 역차별’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글이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한국여성정책원(KWDI)에 따르면 김은정 성주류화지식혁신본부 성인지데이터센터 부연구위원은 2021년 8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년간 블라인드 회사생활 게시판 내 조직문화 관련 2672개 게시글을 분석한 보고서를 ‘KWDI 브리프’ 최근호에 게재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세부 영역별 분석을 위해 게시글들을 성차별, 성희롱, 일·생활 균형, 기타 조직문화 영역으로 분류했다.
분석 결과 성차별 영역에서는 남성 역차별에 대한 불만 글이 두드러졌다.
특히 남성 직원만 당직과 야간 숙직을 전담시킨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는데, 인권위의 판단을 비판하는 게시글이 많았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해 12월 당직 근무 편성에서 남성 직원들만 야간 숙직을 시킨 한 농협IT센터에 대해 “야간 숙직의 경우 한 차례 순찰을 하지만 나머지 업무는 대부분 숙직실 내부에서 이뤄지는 내근 업무여서 특별히 더 고된 업무라고 보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에게 일률적으로 야간 숙직 근무를 부과한다면 기계적 평등에 불과하다”고 차별이 아니라고 결정했다. 이를 두고 남성들은 블라인드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크게 반발했다.
아울러 지난해 9월 발생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이후 서울교통공사가 내놓은 후속 대책과 관련한 비판의 글도 적지 않다. 당시 공사는 여성 직원의 당직을 줄이겠다고 밝혔는데, “근본적 대책이 아니며, 역차별만 하는 조치”라는 비판을 받았다.
빅데이터를 시각화한 워드클라우드에서는 ‘성차별’, ‘차별’, ‘이유’, ‘여직원’ 등의 단어 비중이 높았다. 이는 남성 직원의 역차별에 대한 불만 및 최근 성차별 관련 논쟁을 반영한 결과로 분석됐다.
성희롱 관련 영역에서는 직장 상사에 의해 원치 않는 신체접촉, 성추행 등에 대해 고충을 토로하는 글이 많았고, 일·생활 균형 관련 영역에서는 장시간 근무 및 비자율적 연차에 대한 불만 글이 많았다.
또 기타 조직문화 관련 내용으로는 ‘꼰대’ 및 ‘회식’에 대한 불만이 많이 언급됐다.
김 부연구위원은 “역차별에 관한 게시글이 많은 것은 성별 및 성향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지만, 최근 성별 갈등을 반영하는 결과로도 해석된다”면서 “효율적인 경영 방법 모색 및 적극적인 양성 소통을 통한 해결방안 마련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시간 근무를 개선하기 위해 52시간제가 도입됐지만 무의미하다는 글이 이어지는 만큼 근로 감독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