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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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동산 규제 대부분 해제, 효과 내려면 세제 개편도 병행해야

강남 3구·용산구 제외 다 풀어
침체된 시장 일정 부분 활력소
남발할 경우 후과도 고려하길

정부가 이달 중으로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를 제외한 수도권 전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한다. 투기 및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등으로 묶여 있는 서울과 경기도 네 곳(과천·광명·하남시와 성남시 분당·수정구)의 규제가 대부분 풀리는 것이다. 정부는 개발제한구역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규제 등도 추가 완화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지방을 시작으로 경기·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규제지역을 대거 해제한 바 있다. 이번 조치는 기존 규제 완화만으론 거래절벽에 따른 집값 하락과 미분양 급증을 막기 역부족이란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예견된 일이다.

통상 부동산 거래가 선호지역에서 시작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된다는 점에서 이번에 서울까지 규제를 푼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규제지역에서 벗어나면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 규제가 완화된다. 특히 부동산과 관련한 각종 규제에서도 벗어난다. 양도세 비과세 요건인 ‘2년 실거주’ 의무가 사라지고, 재당첨 및 분양권 전매 제한 등 청약 규제도 풀린다. 침체된 시장에 일정 부분 활력소가 될 수 있다.

지금 부동산 시장은 거래절벽을 넘어 빙하기다. 집을 팔고 사는 쪽에서 원하는 가격의 차이가 너무 커 거래량이 역대 최저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 월별 거래량은 지난해 하반기 내내 1000건을 밑돌았다. 10월엔 559건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0년 이후 11년간 월평균 거래량이 6350건이었음을 고려하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주택 임대시장도 전셋값이 급락하며 ‘역전세난’이 심각하다. 덩달아 미분양은 ‘위험선’인 6만2000가구를 넘겼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 전반으로 그 파장이 확산일로다. 그런 점에서 부동산 규제지역 추가 해제는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단순 규제 완화만으로는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 대다수의 전망이다. 집값 하락과 거래절벽을 이끈 고금리에 대한 ‘공포심리’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상황에서 우리만 내릴 수도 없는 형편이다. 그나마 부동산 거래절벽을 조금이라도 풀려면 규제 완화와 더불어 합리적 세제 개편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지난 몇 년간 집값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폭등해 어느 정도 가격 조정은 불가피한 만큼, 규제 완화 무리수를 남발한다면 또 다른 후과와 맞닥뜨릴 수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