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기고,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떠나고, 노인들만 남아 있는 지방의 다수 마을은 소멸 위기를 실감하고 있다. 서울과 경기 등 일부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은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의 이야기를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 현재 국내의 수도권 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50%를 넘어섰으며, 수도권 인구집중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국가 균형발전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국은 합계출산율 0.79명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합계출산율이 1명을 밑도는 유일한 나라다. 2021년 행정안전부 고시에 따르면 인구감소지역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89개다. 이들 지역 중 전남에서는 담양군, 곡성군, 구례군 등 16개 시·군이 인구감소지역에 포함돼 있다. 전남의 시·군이 22개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큰 수치이다.
인구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지속되고,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지방 인구 감소는 지방세수 감소로 이어져 지역 사회의 활력을 저하시키고 있다. 이러한 지역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고향을 떠나 외지에 거주하고 있는 출향인 등 관계 인구의 기부를 바탕으로, 침체된 지역의 활력을 되찾도록 하는 고향사랑기부법이 2021년 10월19일 제정돼 지난 1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전국 최초 전담 조직 신설… 조례 제정, 118종의 답례품 등 차곡차곡 준비
전남도는 고향사랑기부제가 새롭게 관계 인구를 형성함과 동시에 지역 경제 침체를 극복할 제도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지난해 1월 전국 최초로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이후 전남도는 관련 조례 제정, 답례품 선정, 홍보 등 제도 시행을 위해 준비해왔으며, 고향사랑기부제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답례품 선정과 홍보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전남도는 매력적인 답례품 발굴과 공급 업체 선정을 위해 사전에 답례 품목을 발굴 조사하고, 각계각층 전문가 의견 수렴을 위한 자문회의, 준비회의를 개최하는 등 최대한 공정하게 답례 품목과 공급 업체를 선정했다.
전남의 매력이 담긴 답례품과 공급 업체 선정을 위해 기부자 만족도, 지역 대표성, 시·군 간 형평성, 답례품의 매력도, 가격 구성 적정 여부 등을 감안해 118개 품목, 141개 공급 업체를 선정했다고 전남도는 설명했다. 선정된 답례품에는 남도장터상품권,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와 더불어 △쌀, 멸치, 한우, 매실엑기스, 무화과 양갱 등 농수축산물 및 가공식품 △낙죽 은장도, 강진청자 등 공예품 △천연염색, 플라스틱 재활용 체험 등 도내 22개 시·군의 특산품과 특색 있는 관광·체험 상품을 제공해 답례품 선택의 폭을 넓힌 게 특징이다.
전남에 기부된 기부금은 공모를 통해 사업을 발굴할 예정으로 기부자들이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됐다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사회적 취약계층 지원, 청소년의 육성·보호, 지역 주민의 문화·예술·보건 및 지역 공동체 활성화 등 도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기부금은 열악한 지방재정을 보완해 지역 간 균형발전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지역 특산품을 답례품으로 제공해 전남 지역 농수축산물 판로가 확대되고 지역민 소득 증대와 더불어 지역 특산품의 홍보로 충성 고객을 확보할 계기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기부금 모금이 안착되고 답례품 시장이 확대되면 일자리 창출을 통한 인구 유입의 효과까지 가져올 것으로 전남도는 기대하고 있다.
오종우 전남도 자치행정국 고향사랑과장은 “고향사랑기부제는 고향뿐 아니라 특정 지역을 선택해 기부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돼 지방재정에 보탬이 되는 것은 물론 기부를 통해 지역을 아끼고 공감하는 사람들의 이음을 만들어 낼 것”이라며 “이는 인구 소멸과 지역 균형발전의 난제를 풀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100만 사랑애(愛) 서포터즈 연계… 지역 사회 새로운 활력 기대
전남도는 고향사랑 정책을 뒷받침하고 농수축산물 판촉과 관광 활성화 등을 통한 지역의 새로운 미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남 사랑애(愛) 서포터즈’ 100만명 육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해온 전남 사랑애(愛) 서포터즈는 저출산, 고령화, 인구 유출로 인한 지방 소멸 위기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지역의 미래를 함께 그려 나갈 대규모 후원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전남도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전남 사랑애(愛) 서포터즈 가입은 전남 외에 거주하면서 전남을 사랑하는 누구나 가능하다. 서포터즈 전용 누리집을 통한 온라인 신청과 오프라인을 통한 서면 신청 모두 가능하다. 특히 PC는 물론 휴대전화로도 1분이면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다.
서포터즈는 도내 농수축산물 판매 촉진은 물론 전남 관광 활성화 등에 참여·홍보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서포터즈에게는 전남사랑도민증이 자동 발급되며, 이 도민증을 통해 전남도 내 농수축산물 할인 구매를 비롯해 주요 숙박·레저·관광지 등 160여개소의 가맹점에서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앞서 전남도는 전남 사랑애(愛) 서포터즈 본격 추진을 위해 지난해 9월 장성에서 출범식을 개최해 서포터즈 육성의 시작을 알렸다. 전남도·전남도의회·광역 호남향우회·22개 시·군과 지원위원회를 구성하고 지원 협약을 체결했으며, 같은 해 11월에는 참여·홍보 확산을 위한 응원 대회를 열었다. 서포터즈의 전국적인 붐 조성을 위해 국민가수 남진을 고향사랑 홍보대사로 위촉하는 등 각종 온·오프라인 매체를 통한 홍보와 시·군, 출향 향우회 등 네트워크를 활용한 홍보에도 집중하고 있다.
전남 사랑애(愛) 서포터즈는 전남에 거주하지 않지만 전남을 사랑하는 사람과 전남을 연결해 주는 ‘행복한 이음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국 각지에 있는 사람들이 전남 사랑애(愛) 서포터즈를 매개로 전남에 더 큰 사랑과 관심을 갖게 되고, 전남을 더 자주 찾게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농수축산물 판촉과 관광 활성화는 물론이고 지역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 과장은 “전남 사랑애(愛) 서포터즈는 도내 농수축산물 소비 확대 및 지역 관광 활성화 등을 통해 전남 행복시대를 끌어가는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서포터즈 100만명 육성을 통해 지속 가능한 전남 발전을 이루도록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박현식 전남도 자치행정국장 “소중한 기부금, 도민 복지증진 사업에 사용”
“전남에 기부된 고향사랑기부금은 기부자의 자긍심을 고취할 사업을 공모를 통해 발굴하고 향후 도민의 복리증진하기 위한 사업에 쓰일 것입니다.”
박현식(사진) 전남도 자치행정국장은 5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기부금은 고향사랑기부금법에 따라 사회적 취약계층 지원, 청소년 육성·보호, 지역 주민의 문화·예술·보건 및 지역 공동체 활성화 등 사업으로 사용 목적이 정해져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향사랑기부금이 지난 2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간 가운데 일선 지방자치단체에 기부된 기부금은 전년도 모금액의 85%를 기금사업으로 사용할 수 있어 이르면 2024년부터 기금사업이 본격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전남도는 기금사업으로 어떤 사업을 추진할지 사전 공모를 통해 관련 사업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고향사랑기부제 기부금과 관련해 전남도의 전체 모금 예상치는 4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측된다. 전남도가 지난해 상반기 실시한 고향사랑기부금 활성화 대책 연구 용역 결과에 따르면 전남도의 전체 예상 모금액은 434억원으로 산출됐다. 이는 전남도청을 포함한 23개 지자체로 산술적으로 나누면 각 지자체당 평균 19억원에 달하는 수치다.
박 국장은 “이제 첫발을 뗀 고향사랑기부제의 목표치 여부를 지금 말하는 것이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은 기부 문화가 전반적으로 확산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어 기부제가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기부자가 10만원을 기부하면 3만원 선에서 받을 수 있는 답례품은 타 지자체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전남도는 기부자 만족도, 지역 형평성, 대표성 등을 고려해 답례 품목 118개를 정하고, 상품권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한 112개 품목에 대해서는 공모 절차를 통해 141개 업체를 선정했다.
박 국장은 “답례품 공급 업체 공모 과정에서 82개 품목에 163개 업체가 신청해 약 2대 1의 경쟁률을 보였으며, 강진청자의 경우 8개 업체가 신청을 해 높은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며 “답례품 공급 업체와 협력을 통해 답례품의 품질과 유통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지속적으로 답례 품목을 발굴해 매력적인 답례품을 늘려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