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가 주춤하면서 ‘외화 비상금’인 외환보유액이 2개월 연속 늘어났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외환보유액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외환보유액은 4231억6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말(4161억달러)보다 70억6000만달러 증가한 것이다.
외환보유액은 원·달러 환율 안정을 위해 외환당국이 달러화를 시중에 풀면서 지난해 8∼10월 3개월 연속 감소하다가 11월 증가세로 전환했다. 특히 지난 9월에는 외환보유액이 한 달 새 196억6000만달러 줄면서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274억달러)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이번에 2개월 연속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관련 우려도 잠잠해지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외환보유액의 일시적 감소 요인인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 외화예수금과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미 달러 환산액이 증가하면서 외환보유액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미 달러화가 약 2.8%(미 달러화 지수 기준) 평가절하되면서 그만큼 미국 달러로 환산한 외화자산이 늘었다는 의미다.
외환보유액을 자산별로 나눠보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국채·회사채 등 유가증권(3696억9000만달러)이 한 달 전보다 40억7000만달러 증가했다. 예치금(293억5000만달러)은 26억7000만달러 늘어났다. 특별인출권(SDR·148억4000만달러)과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교환성 통화 인출 권리인 IMF 포지션(44억9000만달러)는 각각 1억9000만달러, 1억3000만달러 늘었다. 금은 시세를 반영하지 않고 매입 당시 가격으로 표시하기 때문에 전월과 같은 47억9000만달러로 집계됐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지난해 11월 말 기준(4161억달러)으로 세계 9위 수준이다.
중국이 3조1175억달러로 가장 많았고, 일본(1조2263억달러)과 스위스(9059억달러), 러시아(5673억달러), 인도(5532억달러), 대만(5522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4710억달러), 홍콩(4232억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