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사설] 이태원 참사 ‘맹탕 국정조사’ 이대로 끝내서는 안 된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의 활동 기간 연장을 두고 여야가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국정조사 특위 활동 시한이 7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는 협상에 착수했지만, 좀처럼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기간 연장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협상의 물꼬가 트이는 듯했지만, 각론을 두고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기간 연장이 썩 내키지 않고, 더불어민주당은 기간 연장을 통해 윤석열정부 공격을 계속하려고 하기 때문에 3차 청문회 개최 여부 등을 놓고 연일 신경전이 벌어진다.

특위는 지난해 11월 24일에 출범했지만, 오랫동안 개점휴업 상태로 있었다. 예산안 처리가 지연됐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강행으로 여당 위원들이 한때 사퇴해 공전을 거듭했다. 지난달 21일 현장조사가 시작됐지만, 정쟁을 빼면 남는 게 없는 국정조사로 전락했다. 이제는 기간이 연장되지 않으면 사흘 안에 주요 증인 청문회를 진행하고 보고서 작성·채택에다 재발방지책까지 마련해야 한다.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형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를 이렇게 날림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국정조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청문회도 차질을 빚고 있다. 청문회는 그동안 열리지 못하다 어제 처음 열렸고, 내일 또 한 차례 진행된다. 당초 특위는 청문회를 세 차례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증인 채택을 두고 여야 간 신경전이 길어지면서 일이 꼬였다. 특위가 7일 끝난다면 유족, 생존자, 전문가가 참여하는 3차 청문회는 물리적으로 열릴 수 없다. 이러니 맹탕 국조라는 비판이 나온다. 여야는 지금이라도 기간 연장에 합의해 실효성 있는 국정조사에 나서야 한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수사는 이 장관 등 윗선에 대한 추가 입건 없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직무유기·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고발된 이 장관, 치안·경비 총책임자인 윤희근 경찰청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은 소환조사 한 번 없이 면죄부를 받을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용산경찰서와 용산구청 등 일선 관계자 처벌로 ‘꼬리 자르기’ 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그런 만큼 국정조사만이라도 제대로 진행되어야 한다. 당일 현장 대응 문제를 넘어, 왜 사전 대비가 이뤄지지 않았는지, 참사 발생 이후 수습과 복구는 적절히 이뤄졌는지 등을 짚고 따져야 한다. 법적 책임을 넘어 정치적 책임을 묻는 과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