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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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오죽하면 친명 좌장까지 “사법 리스크·당 분리” 고언 했을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서울 중구 정동 1928 아트센터에서 열린 2023 시민사회단체 신년하례회에서 신년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친이재명계(친명) 좌장으로 불리는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이 그제 “이재명 대표가 ‘사법 리스크’는 당의 문제가 아닌 자신의 문제인 만큼 ‘내가 대응하겠다’고 하는 게 맞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의원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당과 국회의원들은 민생에 집중하고 사법 리스크는 자신이 당당하니 걱정 말라는 입장을 취하는 게 맞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지난 2일 ‘검찰 수사 대응을 당과 분리해야 한다는 당내 목소리가 있다’는 질문에 “개인에 대한 공격인지 당에 대한 공격인지 판단이 서로 다를 수 있다”고 답한 것과는 정반대 목소리를 낸 것이다.

 

그동안 비명계와 민주당 원로들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당에 정치적 부담이 되지 않도록 이 대표가 분리해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친명계에서, 그것도 지난 대선 전부터 이 대표와 함께해온 핵심 인사인 정 의원에게서 이런 비판이 나왔다는 건 그만큼 당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방증이다. ‘이재명 방탄 정당’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않고서는 내년 4월 총선 결과를 낙관할 수 없다는 위기 의식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이 대표 사법 리스크가 블랙홀처럼 각종 현안을 빨아들이면서 당 지지율 정체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민주당 5선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엊그제 “이 대표의 사법적 의혹은 성남시장이나 경기도지사 재직 때 생겼던 문제이기에 이 대표가 개별적으로 대응해야 할 일이지 당을 끌어들여서는 안 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이 대표 관련 의혹들은 민주당과는 관계가 없는 이 대표 개인의 범죄 혐의다. 이 대표가 방어권을 행사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당을 끌어들여선 안 된다. 정 의원의 말처럼 이 대표가 결단을 내려야 할 문제다. 각종 비리 의혹들은 내가 알아서 대처할 테니 당은 손을 떼라고 정리해줘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친명계 내 파열음이 본격화하면서 당이 소용돌이에 휩싸일지도 모른다.

민주당도 이 대표 문제와 거리를 둬야 마땅하다. 민주당은 모레 종료되는 12월 임시국회에 이어 곧장 1월 임시국회를 열어야 한다면서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시급한 민생 법안 처리 등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다음주 검찰 출석을 앞둔 이 대표 방탄용이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제라도 ‘이재명 사당’이란 오명을 벗고 공당의 모습을 되찾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