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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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개혁 지자체장과 손발 맞춰야" vs "교육자주성 훼손 우려"

‘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제’ 논란

직선제 부작용 논란 불지펴
지역 초중등 교육정책과 예산 집행
유권자 관심없어 ‘깜깜이 선거’ 오명
1인 선거비 11억… 시도지사比 20%↑

교육감·지자체장 실태는
전국 교육감 16명 중 8명이 진보측
서울 등 7곳은 지자체장과 성향 달라
현 교육부와 정책소통 부족 등 문제도

러닝메이트제 실현될까
보수성향선 “교육개혁 위해 필요해”
野 “교육정책, 행정에 종속되면 안돼”
교육부 추진예고에 갈등 불가피할 듯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올해 추진할 주요 업무 중 하나로 ‘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제’를 들고 나온 것은 교육계에서 교육감 선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교육청의 예산과 초·중등 교육정책을 주무르는 교육감은 학생과 교사 등 교육 주체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크지만, 선거에선 유권자의 관심이 낮아 ‘깜깜이 선거’란 꼬리표가 붙어 다닌다. 다만 제도 개선 방식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현재 대부분의 교육감은 물론 더불어민주당도 러닝메이트제에 부정적이어서 실제 교육부의 생각대로 제도가 개선되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교육부가 공식적으로 러닝메이트제에 힘을 싣는다고 밝힌 만큼 이에 반대하는 교육감들과의 갈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깜깜이 선거’ 된 교육감 선거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교육감은 과거 임명제였다가 1991년 간접선거가 도입됐고, 2007년 부산에서 첫 직선제가 치러졌다. 교육감 직선제는 정당 개입을 차단해 교육자치를 실현한다는 취지이지만, 부작용도 낳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오른쪽)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해 9월14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14회 임시회에서 시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교육부는 5일 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제 추진 계획을 밝혔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가장 큰 문제는 낮은 관심이다. 교육감 선거에 정당 개입이 배제되다 보니 자신의 지역에 출마한 후보의 이름조차 모르고 투표장에 가 ‘아무나 찍는’ 이들이 많은 상황이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시도지사 무효표는 35만표였지만, 교육감 무효표는 90만3000표였다. 누굴 뽑을지 몰라 투표를 포기한 이들이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묻지마 선거’에 들어가는 비용은 막대하다. 지난 선거에서 교육감 후보 1인당 평균 지출액은 10억8300만원으로, 시도지사 후보자 1인당 평균 선거 비용(8억9000만원)보다 20%가량 많았다. 러닝메이트제는 한번의 선거로 시도지사와 교육감을 모두 뽑을 수 있어 선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당초 직선제 도입 취지와 달리 사실상 진보 대 보수의 대결 구도로 선거가 치러진다는 점도 러닝메이트제 도입 목소리에 힘을 싣는다.

 

지난 정권의 교육부는 “헌법에 규정된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며 러닝메이트제에 반대했으나, 이번 정부에선 찬성으로 돌아섰다. 이 부총리는 향후 대학 관련 권한 대부분을 지자체에 넘길 예정인 만큼 지자체장과 교육감의 이념이 다르면 정책이 삐걱거릴 수 있어 러닝메이트가 효율적이란 입장이다. 실제 현재 교육감이 공석인 울산을 제외한 16개 지역 중 서울(조희연 교육감-오세훈 시장)과 경기(임태희 교육감-김동연 도지사) 등 7곳은 지자체장과 교육감의 이념 성향이 다르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 교육청 대강당에서 열린 2023년 서울시 교육청 신년 기자회견에 참석해 계묘년 서울 교육청의 중점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자치 훼손” 반론도… 입법화 진통 예상

 

일각에선 러닝메이트제가 도입되면 교육감 선거가 정당 정치에 매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지난 선거에서 직선제를 통해 선출된 현재 교육감들은 대부분 러닝메이트제가 언급되는 것이 언짢은 분위기다. 현재 교육감 16명 중 8명은 진보 성향으로 분류돼 윤석열정부의 교육부와 ‘불편한 동거’를 하는 상황인데, 교육부가 교육감 선거 개편까지 들고 나오면서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진보 성향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교육부와) 주요 정책에 대한 협의가 충분치 않다는 생각은 한다. 퇴행적 정책은 과감히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인 그는 전날 신년사에서 “러닝메이트제는 대안이 될 수 없다. 정당과 정치권 줄서기를 조장하고,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반면 보수 성향인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은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교육감 선출제 보완은 필요하다”며 교육의 중립성·자주성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다면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수 성향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직선제는 과도한 비용 부담 등으로 교육전문가인 교원 출마를 차단하고, 오히려 정치 선거, 비리 선거, 진영 대결의 장으로 얼룩지는 민낯을 보여줬다”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내빈들이 지난 2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3년 대구광역시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축하떡을 자르고 있다. 왼쪽부터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이순삼 여사, 이만규 대구시의회 의장, 강은희 대구교육감. 뉴스1

교육부 의지대로 러닝메이트제가 실제 도입될지는 미지수다. 교육감 선거법 개정안은 지난해까지 10건가량 발의됐으나 대부분 국회 상임위에서 폐기됐다. 현재 압도적인 의석수를 가진 민주당의 동의가 없으면 제도 개선이 어렵지만, 민주당은 러닝메이트제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민주당 교육위 간사인 김영호 의원은 “교육을 정치에서 분리한 이유가 있지 않나”라며 “교육이 정치에 휘둘리면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같은 당 강민정 의원도 “교육의 특수성 탓에 그간 교육감 후보들은 당적을 갖지 못하게 했던 것”이라며 “교육정책이 지자체장의 행정에 종속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직선제로 바뀐 뒤 민주당과 가까운 진보 성향 후보 당선이 늘어난 것도 민주당 입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유나·김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