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오는 13일 사상 첫 7연속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여전히 5%에 이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1.25%포인트(p)까지 벌어진 미국과의 금리 격차 등을 고려할 때 통화 긴축의 고삐를 쉽게 풀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아울러 일부 전문가들은 한은이 2월 또는 4월 한 차례 추가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를 3.75%까지 끌어올린 뒤에야 경기·부동산 침체 등을 고려해 인상 행진을 멈출 것으로 내다봤다.
이후 기준금리 인하는 경기 하강 속도에 따라 이르면 올해 4분기, 늦으면 내년부터나 시작될 전망이다.
◇ 한은 "올해 초 물가도 5% 안팎"…사상 첫 7연속 인상 불가피
8일 연합뉴스 설문조사 결과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13일 열리는 올해 첫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으로 점쳤다.
예상대로라면 하는 역사상 첫 일곱 차례 줄인상(2022년 4·5·7·8·10·11월, 2023년 1월)이다.
전문가들이 금리 인상을 확신하는 것은 무엇보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소비자물가지수(109.28)는 1년 전보다 5.0% 올랐다. 상승률이 같은 해 7월(6.3%)을 정점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5월 이후 8개월째 5%대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향후 1년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3%대 후반(12월 3.8%)으로 높은 수준이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물가가 여전히 높기 때문에 물가 중심의 통화정책 운용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며 "0.2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도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인상)을 예상하며 "아직 높은 기대인플레이션(율), 5%대 소비자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해 (한은이) 물가 안정에 우선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 역시 작년 12월 31일 물가 상황 점검 회의에서 "소비자물가는 내년 초에도 5% 내외의 상승률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고, 이창용 총재는 신년사에서 "국민 생활에 가장 중요한 물가가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므로, 올해 통화정책은 물가안정에 중점을 둔 기조를 지속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 미국 금리가 1.25%p나 높아…'22년내 최대 역전폭'도 줄여야
지난해 12월 14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 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으로 1.25%포인트까지 벌어진 한국(3.25%)과 미국(4.25∼4.50%)의 기준금리 차이도 한은의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1.25%포인트는 2000년 10월 1.50%포인트 이후 두 나라 사이 가장 큰 금리 역전 폭이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 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
김동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과의 금리 차이를 고려하면 쫓아가지 않을 수 없다"고 진단했고,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도 "미국의 금리 인상이 끝나지 않았고, 미국이 계속 올리는데 한은이 가만히 있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봤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역시 "연준이 12월에 올렸고, 2월 초에 다시 올릴 예정"이라며 "한·미 금리 격차가 너무 벌어진 만큼 한은도 일단 1월 0.25%포인트를 올려놓고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 "경기 부담에 3.50%에서 멈출 것" vs "한·미 금리차 등에 3.75%까지"
이번 금리 인상기 최종 금리 수준에 대해서는 견해가 3.50%와 3.75%로 엇갈렸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물가를 봐야 하지만, 경기가 부담이기 때문에 상반기에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끝날 것"이라며 "최종금리 수준은 최고 3.75% 정도로 보는데, 한 번 더 올린다면 2월 가능성이 크다. 빨리 올려놓고 미국 등의 상황을 보는 게 낫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안 선임연구원도 "2월에 3.75%까지 더 올릴 것"이라며 "연준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기조를 고려하면 한은의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답했다.
조 위원도 최고 3.75% 수준을 언급했지만, 추가 인상 시점을 2월이 아닌 4월로 봤다. 그는 "경기 흐름으로 미뤄 2월 연속 인상은 한은으로서 다소 부담스럽고, 그다음 4월 다시 한번 0.25%포인트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경기가 침체로 접어들 가능성이 있고, 금융시장 불안심리가 이어지는 데다 부동산 경기 하락 여파도 우려된다"며 "따라서 한은도 이달 3.50% 수준에서 금리 인상을 멈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 실장도 "더 올리면 실물경제, 특히 부동산 시장에 부담이 된다. 금리 인하 없이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책만으로는 매수세가 살아날 것 같지 않다"며 3.50%를 최종 금리로 제시했다.
◇ "미국 긴축 속도·경기·선거 등이 인하 시점 변수"
전문가들은 일러야 올해 4분기에나 기준금리가 낮아질 것으로 봤다. 인하 시점이 내년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많았다.
주 실장은 "연준이나 한은이나 하반기, 10월 이후에는 인하 시점을 잡을 것"이라며 "(그 시점에)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실물 경제 침체가 본격화될 것이고, 내년에 미국 대선과 한국 총선이 있는데 금리가 높은 상태로 두는 게 표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안 선임연구원도 "강도 높은 긴축에 따른 경기 하강 위험이 커지면서 4분기부터 한은이 인하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인하는 아무리 일러도 4분기, 아니면 내년으로 넘어갈 것 같다"며 "연준의 긴축 기조가 내년까지 더 갈 것이라는 얘기가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의 금리차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위원 역시 "미국은 올해 4분기나 연말께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금리 격차 등을 고려할 때 미국보다 먼저 또는 비슷한 시점에 인하하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높은 물가 수준까지 이어지면 한은이 올해 금리 인하를 시작하지 못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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