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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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수처 ‘김학의 사건’ 檢 재이첩, 이러니 폐지론 나오는 것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김학의 출국금지 수사외압 의혹’ 사건을 검찰로 다시 이첩했다. 공수처는 현직 검사인 참고인들의 조사가 필수적이나 당사자들이 소환에 불응해 사건을 계속 수사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공수처는 2021년 이 사건을 검찰에서 이첩받았지만, 수사인력 부족을 이유로 검찰로 돌려보냈다. 이 과정에서 검찰 수사가 끝나면 최종 기소 여부는 공수처가 결정하는 ‘조건부 이첩’을 요구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찰은 사건 관계자 중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만 기소하고 나머지 수사를 공수처로 넘겼는데, 공수처가 이를 재이첩한 것이다. 검찰이 한창 수사할 땐 사건을 가져가고, 검찰 수사팀이 해체된 지 한참 지난 뒤 사건을 떠넘기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사건이 검찰과 공수처 사이를 왔다갔다 하면 수사가 내실 있게 이뤄지겠나.

공수처가 검찰에 사건을 넘기는 일이 반복되면서 ‘검찰·고위공직자 범죄 수사’라는 설립 취지가 흔들리고 있다. 공수처의 역량 부족과 부실 수사, ‘정치적 기소’ 논란은 이미 여러 번 지적됐다. 지난해에는 당시 윤석열 검찰을 겨냥해 떠들썩하게 시작했던 ‘고발 사주 의혹’에서 아무런 증거를 찾지 못해 무혐의 처분하며 망신을 자초했다. 공수처가 처음으로 기소한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뇌물수수 의혹 사건도 지난해 11월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폐지론을 주장하는 등 공수처 존재 이유에 대한 불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김진욱 공수처장의 ‘종교 편향’ 논란까지 불거졌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김 처장은 지난 2일 시무식에서 독일의 음악가 지크프리트 피츠가 만든 찬송가 ‘주 선한 능력으로’를 부르다 꺽꺽 소리를 내며 울음을 터뜨렸다. 불교계는 발끈하며 김 처장의 사퇴까지 요구했다. 김 처장의 행위는 공무원의 종교 중립 의무를 훼손했다는 점에서 매우 부적절했다.

“머지않은 장래에 국민의 기대를 발판으로 도약할 날이 오리라 믿는다”고 밝힌 김 처장의 신년사가 민망한 형국이다. 이렇게 흔들리는 조직으로 공직사회의 비리와 부패를 척결하는 막중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수사 역량과 중립성 모두 낙제점을 받은 공수처의 흔들리는 조직을 김 처장의 리더십으로 재건하기는 불가능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공수처가 요구하는 단독 청사 마련과 검사·수사관 대폭 증원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