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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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언론사 인수 시도’ 김만배, 권순일 회장 앉히려 화천대유 고문 영입

권순일 전 대법관, “크게 후회” 심경 밝혀
“부동산 관련 일 안 해”…‘재판거래’ 부인

대장동 일당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의 언론계 등 전방위 로비 의혹이 논란인 가운데, 김씨가 법률 분야 전문 언론사를 인수해 권순일 전 대법관을 회장 자리에 앉히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9일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9일 법조계에 따르면 권 전 대법관은 지난해 말 대한변호사협회 내 독립 기구인 등록심사위원회에 이런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대법관은 이 의견서에서 2020년 9월 퇴임 뒤 같은 해 11월 화천대유 고문이 된 경위와 이유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고 한다. 김씨는 “법률 분야 전문 언론사인 A사를 인수하고 싶은데 향후 진로 및 발전 방안을 검토해 달라”며 권 전 대법관에게 화천대유 고문 자리를 제안했고, A사를 인수하게 되면 회장직도 맡아 줄 것을 부탁했다. 권 전 대법관은 사회 공헌 차원에서 김씨의 제안을 수락했다고 해명했다.

 

권 전 대법관은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2021년 9월까지 10개월간 화천대유 고문을 하면서 법률 문화 사업 진출 관련 경영 측면의 자문을 맡았을 뿐, 문제의 부동산 개발 사업 관련 일은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고문료는 뇌물이 아니고 공직자윤리법이나 변호사법을 위반하지도 않았다는 주장이다.

 

권 전 대법관은 또 이른바 ‘재판 거래’ 의혹을 부인하면서 “좋은 일이라 막연히 생각해 화천대유 고문을 맡은 것을 크게 후회한다”는 심경도 밝혔다. 이는 권 전 대법관 퇴임 직전인 2020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할 때 권 전 대법관이 다수 의견을 내며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 화천대유 고문을 맡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또 김씨는 언론사뿐 아니라 대다수 법조인들이 이용하는 판례 검색 서비스 업체도 인수하고 싶어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사 인수가 무산되며 접었다.

 

검찰은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해 권 전 대법관을 2021년 11월과 12월 2차례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전 대법관의 뇌물 혐의를 제외한 공직자윤리법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는 지난해 초 경기남부경찰청에 이첩했다. 그 이후 검경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지난달 22일 변호사 등록을 허가받은 권 전 대법관은 별도의 사무실을 차리지 않고 자택 주소로 개업한 상태다.

 

한편, A사는 이날 “지난해 5월 경영진이 바뀌었고, 이전 경영진은 2021년 중반에 김씨가 제3자를 통해 만나자는 의사를 전해 온 적은 있지만 전혀 응하지 않았다”며 “그 전에는 김씨 이름을 들어 본 적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