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멸종위기 벗어난 곰… 사람 공격해도 사냥꾼 없어 대응 곤란

日 교토부, 2002년 멸종위기종 지정 사냥금지
개체수 5배 이상 늘자 2021년 사냥 허용
“금지 기간 길어 사냥꾼 없어”…골머리

지난해 10월 말, 일본 교토부 후쿠치야마시 산간 마을에 사는 70대 남성이 곰에게 습격을 당했다. 남성은 자택 정원 근처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갔는데, 몸길이 70㎝ 정도되는 곰에게 물려 얼굴과 목에 큰 상처를 입었다. 11월에는 교토 이세 마을에서 60대 남성이 비슷한 피해를 입었다. 

 

교토에서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돼 20년 가까이 수렵이 금지됐던 반달곰의 개체수가 급격히 늘면서 주민들이 습격을 당하거나 목격하는 크게 늘고 있지만 전문사냥꾼 부족 등으로 제대로 된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10일 신문에 따르면 교토부는 2002년 개체수가 300마리로 파악된 반달곰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 사냥을 금지했다. 하지만 2020년 조사에 약 1600마리로 5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자 이듬해 관리계획에 따라 기간, 사냥 가능 개체수 등을 정해 사냥을 허용했다. 지난해에는 사냥이 가능한 반달곰 숫자를 338마리로 정했다.   

 

이같은 조치는 습격 피해, 목격 신고가 잇따르는 것에 대응한 것이지만 사냥 건수는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후쿠치야마시의 지난해 반달곰 목격 신고는 100건 이상으로 예년보다 늘었다. 이에 후쿠치야마시는 우리를 설치하고 “먹이가 될 수 있는 나무 열매 등이 남아 있는 지 확인해 달라”고 주민들에게 요청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도토리류 열매가 적어져 겨울잠에서 깬 반달곰들이 먹이를 구하러 주민 거주지역에 출몰할 수 있어 걱정이 크다.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사냥을 허용했지만 2021년 11월∼2022년 2월까지 포획은 7건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사슴 사냥을 하던 중 곰을 만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신문은 “수렵 금지 기간이 길었기 때문에 전문 사냥꾼이 적고, 곰사냥에 필요한 사냥개도 없다”고 전했다. 

 

교토부 관계자는 신문에 “무리를 해가며 곰사냥을 할 필요는 없지만 확실히 개체수가 늘고 있어 상황을 지켜보며 대책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river9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