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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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 ‘2701호 논란’ 해명…“개인 트레이너 안덕수씨, 의료 현장서 혼란 야기”

협회가 2021년 11월 의무 트레이너 채용공고 낼 당시 대표팀 일부 선수 “안씨 고용해달라” 요구…협회는 “자격 있으면 지원 가능” 입장 전달

공고 명시된 자격 해당 안된 안씨는 지원하지 않고 손흥민 개인 트레이너 자격으로 카타르 동행

우루과이전 앞두고 일부 선수가 협회 관계자에 “고의로 안씨 배제한 의무팀장 귀국조치 해달라” 항의

안씨, 선수들 치료 과정서 대표팀 의료진과 다른 견해 전달…협회 “혼선 빚어진 뒤 안씨의 비판글 올라왔다”
안덕수씨 인스타그램 캡처

 

대한축구협회(축협)가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31·토트넘 홋스퍼)의 개인 트레이너 자격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2022 카타르 월드컵 현장에 동행했던 안덕수(48)씨가 ‘협회는 반성하라’며 펼쳤던 주장에 대해 반론을 펼쳤다.

 

축협은 10일 ‘카타르 월드컵 대표팀 의무 트레이너 관련 대한축구협회 입장’이라는 성명을 통해 안씨가 제기했었던 주장을 반박했다.

 

축협은 “안씨가 뚜렷한 사유와 내용을 설명하지도 않은 채 SNS에 쏟아낸 개인 감정을 협회가 정면 대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왔다”면서 “그러나 당사자도 아닌 ‘측근’이나 익명의 관계자를 빌어 사실과 거짓이 뒤섞인 채 계속 보도되는 것을 막고자 핵심 내용을 공개해 개선책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입장을 발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성명에서 협회는 안씨의 의무 스태프 고용 문제와 그에 대한 카타르 현장에서의 지원 여부, 안씨 고용과 관련된 선수들의 요구사항, 안씨와의 마찰로 빚어진 문제 등을 모두 공개했다.

 

협회의 설명에 따르면, 협회 측은 지난 2021년 11월 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의무 트레이너 모집 공고를 냈다. 

 

이 무렵 대표팀의 몇몇 선수들은 손흥민의 개인 트레이너인 안씨를 협회 의무 스태프로 고용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협회 측은 선수를 통해 “안씨가 원한다면 정식 지원을 하면 된다”고 입장을 전달했으나, 안씨는 지원하지 않았다.

 

이후 계속되는 선수들의 안씨 고용 요청에 협회는 그가 공고에 지원하지 않았다는 사실과 함께 그의 자격증을 확인했고, 안씨가 협회에서 모집 공고문에 명시한 의무 스태프 자격증을 소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협회에서 명시했던 지원 자격은 물리치료사, 건강운동관리사, 선수 트레이너(Athletic Trainer), 운동처방사 중 1개 이상 소지이다.

 

월드컵이 시작된 뒤 안씨는 손흥민의 개인 트레이너 자격으로 카타르에 동행했고, 협회는 손흥민 외 다른 선수들이 안씨에게 치료 등 지원을 받는 것을 수용했다.

 

카타르 체류 과정에서 안씨는 치료와 숙박을 위한 문제의 ‘2701호’를 본인이 직접 예약했다. 그는 협회가 고용한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의 체류와 관련된 협회의 지원은 없었다.

 

그러던 중 첫번째 조별리그 경기였던 우루과이전을 이틀 앞둔 11월22일, 대표팀의 몇몇 선수들이 협회 관계자를 찾아와 안씨를 의무 스태프에 포함시키지 않는것에 항의하며 협회 의무팀장 A씨에 대한 업무 배제 및 귀국 조치를 요구했다. 이유는 A씨가 안씨의 스태프 합류를 반대했던 핵심 인물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협회에 항의했던 선수들은 “현지에 와 있는 5명의 의무 스태프 중 B씨는 관련 자격증이 없는데도 협회가 그를 고용하고 있다. 협회가 거짓말을 하고 있으며 고의로 안씨를 배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선수들은 정식 채용이 안된다면 ‘장비 담당자’ 등으로의 보직 변경을 통해 안씨를 스태프 명단에 등록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선수들의 주장대로 B씨가 협회에서 요구하는 4개의 자격증이 모두 없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협회의 설명에 따르면, 2008년부터 14년째 협회에서 일해온 B씨는 현재의 자격증 소지를 요구하는 현행 지원 공고가 법령화되기 전(2021년 2월)인 2020년 협회와 재계약을 맺었다. 법령이 갱신된 뒤 협회는 그의 계약이 종료되는 2022년 12월까지 국가공인자격(물리치료사 또는 건강운동관리사)을 취득할 것을 B씨에게 요구했고, B씨는 지난해 12월 물리치료사 시험에 응시해 최종 합격했다.

 

이러한 사실과는 별개로 협회는 선수들의 심리적 안정을 고려해 A씨의 치료 활동을 중단했다. 다만 귀국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이후 안씨는 다른 의무 스태프들과 함께 선수들을 치료하기 시작했는데, 이 과정에서 안씨는 협회 의료진들과 다른 의견을 선수들에게 전달했다. 안씨와 의료진의 견해가 달라 현장에서 혼란이 빚어졌고, 이 사건 이후 안씨가 협회를 비난하는 글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작성했다는 것이 협회의 설명이다.

 

협회는 “안씨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서 협회와 의무 스태프를 공개적으로 비난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선수들의 신뢰를 받던 안씨가 월드컵 현장에서 수고했다는 사실은 인정하나, 의료 현장에서 전문가의 영역에 대해 반대 의견을 선수들에게 주입한 것은 적절치 못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협회는 “안씨가 현실적으로 선수들을 보살펴온 만큼, 선수들이 협회의 트레이너들에게 불만을 가져왔다면 좀 더 심도있게 대응했어야 했다”고 인정하면서도 “합법적 채용 절차를 인정하지 않고 요구를 관철시키려 하거나 협회 스태프 등 직원을 향해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은 사려깊지 못한 행동이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협회는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하는 경향이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그들과 협회측과의 협력 관계 설정 등을 고심하겠다”면서 “늦어도 3월 초까지는 관련 규정을 정해 적용하겠다”고도 밝혔다.

 

끝으로 협회는 “불미스러운 일을 들춰냈다는 우려도 있으나, 덮어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면서 “축구팬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쳐 송구스러우며, 향후 유사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개선 방향을 찾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앞서 안씨는 16강전을 끝으로 대표팀이 월드컵 여정을 마친 뒤 현지에서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협회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니들이 할 일을 해주는데 뭐? 외부 치료? 니들은 삼류”, “나는 당신이 그 싸구려 입으로 판단할 사람이 아니다”, “삼국지에 도원결의가 있었다면 카타르에서는 2701호의 결의가 있었다” 등의 게시물을 올리며 축협을 비난했다.


정재우 온라인 뉴스 기자 wamp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