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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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돈 잔치’ 은행, 서민경제 안정이라는 사회적 책임 다했나

은행들이 예대마진(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에서 나온 수익)으로 ‘돈 잔치’를 벌이는 데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따갑다. 급기야 금융당국이 관치금융 우려를 무릅쓰고 시장 모니터링에 나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그제 은행권의 과도한 대출금리 인상 움직임에 대해 경고했다. 그는 임원회의에서 “금리 상승기에 은행이 시장금리 수준, 차주 신용도 등에 비춰 대출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지속적으로 점검·모니터링해 미흡한 부분은 개선하는 등 금리 산정체계의 합리성·투명성 제고 노력을 지속해 달라”고 했다.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영업시간 정상화 노력도 촉구했다.

사진=뉴시스

허투루 들어선 안 된다. 예대마진 확대로 지난해 사상 최대 이자수익을 거둔 5대 시중은행들이 직원들에게 기본급의 300∼400%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한다고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풍부해진 유동성 탓에 물가가 급등하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쉴 새 없이 올렸다. 물가 안정을 책임진 한은으로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크다. 하지만 서민들의 가계 부담을 덜어주려는 계획과 달리 정작 배를 불린 건 은행이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대출금리는 벼락같이 올리는 대신, 예금금리는 찔끔 올리기 일쑤였다. 금융당국의 질타 속에 신한·우리 등 몇몇 은행이 대출금리를 일부 내렸지만 ‘눈치 보기’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사기업이 수익을 나누는 건 당연하다. 그렇다고 천문학적인 수익이 회사·직원들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졌다고 착각해선 곤란하다. 지난해 국내은행의 1∼3분기 이자이익만 무려 40조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금리 인상을 자기 배 불리는 데 이용했다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은행들의 성과급 잔치는 따져보면 서민·기업들의 고통과 눈물 덕분이다. 사기업인 은행이 금융기관으로 불리는 건 은행이 가진 공적 기능이 크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당시 국민혈세인 공적 자금을 투입해 일부 은행을 살려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내은행의 경쟁력은 글로벌 은행에 비하면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이다. 이익 창출 다각화, 해외영업 등 비이자이익이 많은 글로벌 은행과 달리 국내은행은 여전히 손쉬운 이자장사에 몰두하는 게 현실이다. 국민 주머니에 의존하는 행태에서 벗어나 대대적인 혁신과 고통 분담에 나서는 게 옳다. 직면한 비판을 모면하는 데 급급하기보다 본연의 자금중개 기능을 통해 서민경제 안정에 기여하는 게 은행의 사회적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