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이 여기 입주자인데 그동안 난리였어요. 사전 점검에서 하자가 많다고 (예비 입주자들이) 요청하면 즉시 대응해줘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됐으니까….”
지난 10일 충북 충주의 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지어진 A아파트 단지(10개 동·총 874가구)에서 만난 B씨는 “시간이 흘러 입주도 시작하고 그러니까 (더 속이 탔다)”라며 이같이 전했다. 서류 뭉치를 손에 든 일행과 함께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나온 모습으로 미뤄 이날 입주 관련 절차를 밟은 것으로 보였다.
B씨는 “딸이 입주민들과 단체 대화방을 만들었다”며 “연락처를 전달하겠다”는 말과 함께 기자의 명함을 받아 들고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
◆찢긴 벽지, 마감되지 않은 천장… ‘주거 사다리’의 참혹함에 원희룡 “화가 난다”
충주시 등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민간임대주택법)에 따라 무주택 가구 구성원(일반공급)과 청년·신혼부부(특별공급) 등을 대상으로 지난해 9월 임차인을 모집하고, 10월 당첨자 발표를 거쳐 이달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B씨를 만나고 현장을 살펴보는 동안에도 이사업체 차량 여러 대가 단지 내에서 눈에 띄었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은 민간임대주택법에 따라 10년 이상 임대를 목적으로 하며, 최초 계약 기간은 2년이다. 첫 계약 기간이 끝난 뒤 임차인이 계속 거주를 희망하면 2년 단위로 갱신할 수 있어서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청년층 등에게는 ‘주거 사다리’로도 불린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정말 황당하고 화가 난다”고 글을 올리면서 A아파트 곳곳의 하자가 공개돼 공분을 일으킨 바 있다.
벽지는 찢어졌고 천장은 마감도 되지 않았으며 일부 가구의 베란다에는 새시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곰팡이로 추정되는 흔적이나 시멘트벽이 그대로 드러난 가구도 있었다고 한다. 더군다나 한 가구에는 ‘그냥 사세요’라는 조롱성 낙서까지 나왔다. 협력업체의 소행으로 추정됐으며, 문제의 낙서가 발견된 가구는 지난 6일 민원이 제기돼 이틀 후 하자 보수가 진행됐다고 한다.
유명 부동산 중개 애플리케이션에서 A아파트를 찾아 누리꾼들 의견이 모인 페이지에 들어가면 ‘무슨 사정이 있어서 이렇게 지어졌나’, ‘신축 아파트에서 하자가 나올 수 있는 건 이해하지만 이건 심하다’, ‘아무리 임대라고 하지만 너무 심하다’ 등 비판이 쏟아진다.
원 장관도 “서민이 거주하는 민간 임대아파트 하자 민원 전수조사를 해라”고 지시를 내렸고, 국토부는 현장 조사팀을 전국의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건설 현장에 보내 시공 마감과 하자보수 민원 처리 현황을 살펴보기로 해 향후 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접수된 하자만 무려 1만3000건… 충주시 “건설업체에 보수 적극 조치 지시했다”
“사전 점검 기간을 포함해 접수된 하자는 모두 1만3000건 정도 됩니다.”
충주시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A아파트에 접수된 하자가 총 몇 건이었나’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러면서 민원이 접수된 가구의 하자 보수는 완료됐다고 전했다. 아울러 “오늘(10일)부터 전수조사로 다시 상황을 파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접수된 하자 보수가 제대로 완료됐는지 확인하고 다른 문제가 있는지 추가 점검해보겠다는 설명이다. 하자 건수를 임차인 모집 공고문에 적힌 가구 수(총 874가구)로 나누면 가구당 14~15건이 나왔었다는 얘기가 된다.
시 관계자는 “건설사에 하자 보수 등에 관한 적극적인 조치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건설사 측은 그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운송거부 사태로 자재 수급 등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하자 관련 공식 입장을 알려달라’는 요청에는 따로 답변을 해오지는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