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를 수사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어제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74일간의 활동을 종결했다. 특수본은 “해밀톤호텔 옆 폭 3.2의 좁고 가파른 내리막 골목에서 오후 10시15분부터 빽빽하게 밀집된 군중이 떠밀리다 넘어지는 전도현상이 10시 25분까지 지속되면서 10m에 걸쳐 수백 명이 겹겹이 쌓이고 끼이는 압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3D 시뮬레이션 감정 결과 참사가 발생한 10분간 군집 밀도는 1㎡에 10.7명이었다. 사고 당시 사람들이 밀집된 나머지 각각 독립적인 입자가 아닌 물 등의 유체와 같은 상태를 의미하는 ‘군중 유체화’ 현상이 벌어졌다고 했다.
특수본은 158명이 사망한 이번 참사가 관할 지자체와 경찰, 소방, 서울교통공사 등 기관들이 사전 안전대책을 수립하지 않거나, 부실한 대책을 수립하는 등 예방적 조처를 취하지 않아 발생한 ‘인재’라고 판단했다. 참사 이후에도 기관별로 법령과 매뉴얼에 따른 인명구조나 현장통제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기관들의 이러한 과실이 중첩돼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했다고 보고 각 기관 소속 공무원들을 공동정범으로 봤다. 이는 두 명 이상의 사람이 범죄를 공모하지 않았더라도 공동의 과실로 범죄가 발생했다고 인정되는 경우 공범으로 인정하는 것을 뜻한다.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 셈이다.
특수본은 상황을 방치한 책임을 물어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6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구속 송치하고, 김광호 서울경찰청장과 용산소방서장 등 17명은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특수본은 그런 기관들의 최고 책임자라 할 수 있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윤희근 경찰청장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예상은 했지만 국민 눈높이에는 한참 못 미친다.
그동안 특수본은 이들에 대한 소환조사 한번 하지 않았다. 집무실 압수수색조차 없었다. 이러니 보고체계와 지시계통이 무너진 데 대해 누구 하나 “제 책임”이라고 인정하기는커녕 변명으로 일관하지 않았나 싶다. 봐주기 수사에 꼬리 자르기에 그쳤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 현장 책임자 처벌만으로는 158명의 생명을 앗아간 참사의 책임을 온전히 물을 수 없다. 이러고도 유가족 상처가 아물 수 있다고 보나.
특수본 수사에서 부족하고 미진했던 부분을 검찰이 메워야 한다. 이 전 용산경찰서장과 박 용산구청장 선에서 참사 책임을 묻는 것으로 마무리해선 안 된다. 세월호 참사 당시 사태를 지휘했던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참사로 많은 희생자가 나온 경우에 정부는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이제 경찰 수사결과가 나왔으니 국가 안전 및 재난 정책 책임자인 이상민 장관은 주무 장관으로서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다. 그렇지 않다면 국민이 납득할 재발 방지 대책 마련도 쉽지 않을 것이다.
[사설] 실무진 처벌로 막 내린 경찰 이태원 수사, 국민 눈높이 맞나
기사입력 2023-01-13 22:32:43
기사수정 2023-01-13 22:32:43
기사수정 2023-01-13 22:32:43
‘공동정범’ 국가 책임 인정했지만
“봐주기·꼬리 자르기” 비판 불가피
이상민, 책임지고 물러나야 도리
“봐주기·꼬리 자르기” 비판 불가피
이상민, 책임지고 물러나야 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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