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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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서 철거된 尹 부부 풍자화, 김어준 카페서 전시·일반 판매

김씨 운영하는 서울 충정로 카페 가봤더니...내달 9일 전시회 끝나면 일반 판매 예정
방송인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의 한 카페에 전시된 ‘굿바이 망명작가전 인 서울’ 작품을 지난 13일 오후 한 시민이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

 

당초 국회에서 전시될 예정이었던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풍자화가 포함된 ‘굿바이 망명작가전 인 서울’ 전시가 방송인 김어준씨 카페에 내걸렸다.

 

지난 13일 오후 김씨가 운영하는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의 한 카페에는 그림을 보러 온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김씨가 대표로 있는 ‘딴지그룹’에서 운영하는 매장으로, 유튜브 생방송 등도 이곳에서 진행한다.

 

그림을 보러 온 이들도 있었으나 김씨를 응원하기 위해 온 이들이 다수였다. 이들은 자유롭게 인증샷을 남기며 김씨를 응원하는 방명록을 남기기도 했다.

 

김씨 방송 애청자라고 밝힌 한 50대 여성은 “국회보다 이곳이 더 가깝기도 하고, 무료로 전시한다길래 살펴보러 왔다”고 말했다.

방송인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의 한 카페에 전시된 ‘굿바이 망명작가전 인 서울’ 작품 중 레오다브 작가의 ‘술과 재주와 스승’.

 

전시돼 있는 그림들은 80여점으로 윤 대통령 부부를 소재로 한 그림을 비롯해 각종 풍자화가 주를 이뤘다.

 

해당 전시는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과 굿바이전시조직위원회 주최, 12명 국회의원(강민정·김승원·김영배·김용민·양이원영·유정주·이수진·장경태·최강욱·황운하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10명, 민형배·윤미향 등 무소속 의원 2명) 공동 주관으로 애초 국회 의원회관에서 선보일 예정이었다.

 

그러나 주최 측과 국회 사무처 간 실랑이 끝에 국회 사무처가 전시를 불허하면서 결국 철거됐다. 국회 사무처는 ‘특정 개인 또는 단체를 비방하는 등 타인의 권리, 공중도덕, 사회윤리를 침해할 수 있는 회의 또는 행사로 판단되는 경우 로비 사용을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의 ‘국회의원회관 회의실 및 로비 사용내규’ 제6조 5호를 전시 자진 철거 요구 근거로 들었다.

방송인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의 한 카페에 전시된 ‘굿바이 망명작가전 인 서울’ 작품 중 정민주 작가의 ‘패륜 스승’(왼쪽)과 ‘패륜 정권’.

 

자진 철거가 이뤄지지 않자 국회 사무처는 전시 시작 전날이었던 지난 8일 밤 직접 철거했다.

 

이후 이들 작품은 고스란히 김씨 카페로 자리를 옮겨 예정대로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

 

전시에는 얼굴이 가려진 윤 대통령이 곤룡포를 풀어헤치고 알몸으로 선 모습, 술병과 함께 누운 윤 대통령 위에 김 여사가 올라앉은 그림, 윤 대통령이 손에 든 경찰차를 품에 든 아기에게 선물하는 그림, ‘JULY堂(쥴리당)’이라 써진 커튼 아래 한 무당이 앉아있는 그림 등이 줄지어 걸렸다.

방송인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의 한 카페에 전시된 ‘굿바이 망명작가전 인 서울’ 작품 중 이하 작가의 ‘벌거벗은 임금님’.

 

윤 대통령과 김 여사 풍자화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 기사를 쓴 기자들의 캐리커처와 이태원 참사 희생자 실명이 적힌 그림 등도 걸렸다.

 

내달 9일까지로 예정된 전시회가 끝나면 그림을 일반에 판매도 할 예정이다. 전시 공간 한쪽에는 ‘모든 작품은 판매 중입니다. 이 기금을 바탕으로 유튜브 방송 준비와 전시회를 기획 중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계좌번호가 적혔다.

방송인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의 한 카페에 전시된 ‘굿바이 망명작가전 인 서울’에서 관람객들이 남긴 방명록.

 

해당 전시는 ‘시민언론 민들레’가 온라인에서도 선보인다. 민들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청담동 술집 의혹을 제기한 ‘더탐사’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야권 성향 정치인들이 참여해 만들어진 온라인 매체다.

 

민들레는 풍자화 철거와 관련해 홈페이지를 통해 “김진표 국회의장의 방조와 이광재 국회사무총장의 실행으로 여의도에서 쫓겨난 작가들은 졸지에 망명객이 됐다”며 “지금 한국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퇴행하고 있는지 날것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증명”이라고 비판했다.


글·사진=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