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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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점입가경 ‘나경원 사태’… 국민 정치혐오 심화시킬 것

나경원·친윤계 심각한 파열음
윤 대통령 지지율도 하락세로
서둘러 진화 못하면 총선 악재

‘나경원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나 전 의원의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출마를 놓고 표출된 친윤(친윤석열)계와 나 전 의원 간 갈등이 심각한 파열음을 내고 있다. 나 전 의원은 어제 장제원 의원 등 친윤계 핵심을 2016년 박근혜정부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의 총선 참패 원인으로 지목됐던 ‘진박(진짜 친박) 감별사’에 빗댔다. 그러자 장 의원은 “‘제2의 유승민’이 되지 말기를 바란다”고 나 전 의원을 직격했다. 나 전 의원은 출마 쪽으로 한 발 더 다가섰고, 친윤계는 자신들과 연대한 김기현 의원의 당선을 위해 여론조사 선두권인 나 전 의원 ‘찍어내기’에 골몰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출마를 고심 중인 나경원 전 의원이 15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성당에서 미사를 마친 후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뉴스1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나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 직에서 해임했다. 나 전 의원이 부위원장 사직서를 서면 제출하자 사표 수리 대신 기후환경대사까지 모두 해임해 버렸다. 나 전 의원이 ‘윤심’(윤 대통령 의중)을 거스르고 출마를 적극 검토하자 ‘사표 수리’가 아닌 ‘해임’이라는 표현을 동원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해임 발표를 기점으로 나 전 의원에 대한 친윤계의 공세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과정이 너무 거칠다.

 

여권의 권력 투쟁을 지켜보는 국민의 피로감은 크다. 이렇게 생중계하듯 갈등이 공개되면 국민의 정치혐오만 심화시킬 것이다. 막후 조율 부재가 실망스럽다. 더구나 지금은 경제·민생의 큰 위기다. 집권 세력이 당권 다툼으로 드잡이나 할 때가 아니다. 장관급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된 지 석 달도 안 돼 사실상 당권 행보를 이어간 나 전 의원 행보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자 마음이 바뀐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 대표 출마 생각이 있었다면 애초에 직을 맡지 않아야 했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이 특정 후보를 염두에 두고 교통정리에 나선 것처럼 보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대통령이 당을 좌지우지하려는 것은 권위주의 시대에나 가능했던 일이다. 국민의힘은 앞서도 유승민 전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전당대회 규칙까지 ‘당원 100% 투표’로 바꿔 논란이 됐다. ‘나경원 사태’가 이어지자 최근 완만한 상승세를 타던 윤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13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국민의 불편한 심기를 반영한다. 서둘러 해법을 찾지 않으면 ‘나경원 사태’는 여권에 깊은 상처와 분열을 남길 것이다. 내년 총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은 불문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