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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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육교에서 극단적 선택 20대 남성, 버스 정류장 위로 떨어져 생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한 육교에서 투신한 20대 남성이 버스 정류장 위로 떨어져 목숨을 구했다.

 

17일 낮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한 버스 정류장에 위험 테이프가 붙어있다. 소방에 따르면 이틀 전 근처 육교에서 발생한 투신 사고로 정류장 윗면이 파손됐다. 유경민 기자 

17일 서대문소방서 등에 따르면 올해 만 20살이 된 A씨는 지난 14일 가족들에게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A씨는 평소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부모는 이날 오후 11시 30분쯤 “아들이 자살할 것 같다”고 119에 신고했고, 구조팀이 A씨 자택으로 출동했으나 A씨는 집에 없었다. 이후 경찰이 A씨의 행방을 수색하던 중 15일 0시 37분 육교 옆 버스 정류장 근처 바닥에 쓰러진 A씨를 발견한 가족의 신고로 구조대가 출동했다.

 

발견 당시 A씨는 의식이 있었으며, 구급대원에게 “아프지 않다”고 말하는 등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촌의 한 병원으로 옮겨진 A씨는 큰 외상 없이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용산소방서 구급팀 관계자는 “육교가 4.5m가량 된다면 땅으로 바로 떨어졌을 경우 중증 외상을 입을 수 있는 높이”라며 “버스 정류장 위로 떨어지더라도 어디에 어떻게 부딪히느냐에 따라 부상 정도는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A씨가 떨어진 버스 정류장은 육교와 아주 가까이 붙어있는 곳으로, 이 사건으로 정류장 천장의 아크릴이 산산조각 났다. 바닥에 떨어진 아크릴 조각은 17일 오전 치워졌으나 오후 3시 현재 정류장 윗면이 파손돼 위험하다는 테이프가 붙어 있는 상태다.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이날 정류장 복구와 관련해 “파손한 사람이 보험 처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A씨 측과 합의한 후 버스 정류장을 복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정지혜·유경민 기자 wisdo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