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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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쟁으로 변질돼 상처만 남긴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활동이 어제 야 3당의 단독 보고서 채택으로 종료됐다. 활동 기간을 열흘 연장한 국조특위는 55일 동안 현장조사 2번, 기관보고 2번, 청문회 3번, 공청회 1번을 했지만 새롭게 알아낸 게 무엇인지부터 자문해야 한다. 그야말로 맹탕이었다는 비난이 적지 않다. 국정조사가 남긴 것이라곤 한결같이 책임을 회피하는 공직자들의 후안무치한 모습과 위증 논란이다. 예산안 심사 문제 등으로 정국 경색이 장기화하면서 내실 있는 조사가 어려웠다는 점을 감안해도 결과적으로 유가족의 상처만 덧나게 했다.

 

여야는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라는 국정조사의 목적과는 거리가 먼 정쟁과 책임 회피성 발언으로 아까운 시간을 흘려보냈다. 특위 활동이 본격화하기 전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건의안부터 단독 의결한 더불어민주당은 이 장관 거취 문제를 물고 늘어지면서 국정조사를 ‘이상민 청문회’로 뒤바꿔놓았다. 국민의힘 역시 국가 안전 실무의 총책임자인 이 장관을 엄호하는 데에 집중했고, 민주당 신현영 의원의 ‘닥터카 탑승’ 문제를 지나치게 부각해 청문회의 의미를 퇴색시켰다. 이럴 거면 국조 기간을 왜 늘렸느냐는 말이 나오는 지경이다.

 

여야는 어제도 국조 결과 보고서에 이 장관 등 정부 책임을 명시하는 문제를 놓고 진통을 겪었다. 후속 조치를 둘러싼 대치도 격화할 조짐이다. 민주당은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꼬리 자르기’에 급급했다며 이 장관 등 윗선의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특검 추진, 유족이 요구한 독립 조사기구 설립 등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특수본 수사 결과를 존중하고,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독립 조사기구 설립에 대해서도 지난 세월호 참사 후 진행한 여러 차례의 조사처럼 특별한 성과 없이 비용만 소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고장 난 레코드처럼 똑같은 소리를 반복하는 여야의 공방을 언제까지 들어야 하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이 정도 조사 결과를 내놓고 유족과 국민 이해를 기대한다는 자체가 무망한 일이다. 검찰 수사가 남아 있지만 ‘윗선의 책임’이 규명되지 않는 한 특검 요구는 거세질 것이다. 경찰이 밝혀내지 못한 부분은 검찰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생기지 않도록 사전·사후 안전 매뉴얼을 다듬는 작업도 중요하다. 정치권도 재난 안전 관리와 관련한 상급 기관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처벌 조항을 구체화하는 보완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