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사설] 중국 경제성장 역대급 추락… 수출시장 다변화 시급하다

작년 성장률 3.0% 목표치 반 토막
향후 10년간 저성장 고착화 우려
인도·베트남 등 신시장 개척 긴요

중국 경제의 경착륙이 현실로 다가왔다. 중국국가통계국은 어제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3.0%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4분기 성장률도 2.9%에 그쳤다. 3% 성장은 정부 목표치 5.5%의 반 토막 수준이며 문화대혁명 마지막 해인 1976년 -1.6% 이후 2020년 2.2%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상하이 전면 봉쇄 등 제로 코로나 정책이 이어진 가운데 부동산시장 침체·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내외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전망도 밝지 않다. 최근 중국 경제 둔화에는 부동산 부실, 국가부채 급등, 고령화와 같은 구조적 문제가 저변에 깔려 있다. 중국 인구는 작년 말 14억1175만명으로 1년 전에 비해 85만명 줄었는데 6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10년 전 70%를 웃돌던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62%로 쪼그라들었고 60세 이상은 20%에 달했다. 중국 당국이 자금난에 처한 부동산기업에 1600억위안(약 30조원)을 쏟아붓는다지만 부동산 부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얼마 전 세계은행은 올해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4.3%로 내렸다. 향후 10년간 연평균 2∼3%의 저성장이 고착화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가뜩이나 고금리·고물가에 시름이 깊은 우리 경제에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대중 교역 규모가 미국과 일본을 합친 것보다 더 많고 수출은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이 와중에 대중 무역수지마저 작년 10월 이후 적자 행진 중이고 올해 수출이 10%가량 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중국 성장률이 1%포인트 빠지면 한국 성장률은 0.1∼0.15%포인트 떨어진다. 이런 사정이라 중국 경착륙이 몰고 올 파장을 가늠하기 어렵다.

 

이제 긴 호흡으로 중국 의존형 경제 체제를 바꿔나가야 한다. 인도와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중동, 유럽 등으로 통상과 투자를 다양화해 경제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내야 할 때다. 정부는 시장·수출국 다변화에 전방위 지원 체계를 가동해야 한다.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적극 참여해 신성장 동력을 찾는 것도 시급하다. 발등의 불은 한·중 갈등 관리다. 중국은 지난주 우리나라의 중국발 입국 규제에 대해 한국인의 단기·경유 비자 발급을 중단하는 보복 조치를 가했다.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 보복 탓에 국내 기업과 경제가 큰 피해를 본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 외교·안보 문제가 경제와 교역을 망가뜨리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