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고강도 방역대책인 제로 코로나 정책 등의 여파로 이례적으로 중국 정부 목표치(5.5% 내외)에 크게 미달하는 3%에 그쳤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7일 지난해 중국 GDP가 121조207억위안(약 2경2200조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3%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세계은행과 블룸버그 등의 전망치 2.7∼2.8%보다는 다소 높게 나왔지만 중국 정부가 지난해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제시했던 목표치 5.5% 내외에는 크게 미달했다. 이는 문화대혁명 마지막 해인 1976년(-1.6%) 이후 코로나19 사태 첫해인 2020년(2.2%) 다음으로 낮은 성장률이다. 중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이 정부 목표치를 하회한 것은 목표치를 처음 제시한 1994년 이후 1998년과 2014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이날 발표된 지난해 4분기 GDP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은 2.9%로 로이터통신(1.8%) 등의 예상보다는 높게 나왔다.
중국의 성장률 저조는 지난해 세계 각국의 위드 코로나 전환 기조와 달리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고수가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라 경제 수도로 불리는 상하이가 봉쇄되고 공장조업 중단과 물류혼란을 빚은 바 있다.
국가통계국은 지난해 경제를 총평하며 “전반적으로 2022년에는 코로나19 방역과 경제·사회 발전을 효과적으로 총괄 조정해 긍정적인 결과를 달성하고 거시경제의 큰 판을 안정시켰고, 경제 총량을 지속 확대하고 발전의 질을 안정적으로 높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국제 정세는 여전히 복잡하고 엄중하며 국내 수요 위축, 공급 충격, 기대치 약세 전환의 ‘3중 압력’이 여전히 비교적 커 경제 회복의 기초가 견고하지 않다는 점도 볼 수 있다”고 했다.
국가통계국은 또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인구는 14억1175만명으로 전년 대비 85만명 줄었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인구가 줄어든 것은 1961년 이후 처음이다. 중국의 인구 감소는 장기적으로 중국의 경제 성장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16일(현지시간) 경영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105개국 최고경영자(CEO) 44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3%가 올해 세계 경제 성장이 둔화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비관적 전망을 내놓은 비율은 12년 전 PwC가 연례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았다.
◆경제 봉쇄 ‘직격탄’… 급격한 위드 코로나 전환 부작용도
중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목표치에 크게 못 미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이 컸다. 지난해 거의 내내 ‘제로 코로나’를 고수해 경제가 크게 마비된 데 이어 지난해 말 급격한 ‘위드 코로나’ 전환 후에는 확진자 급증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17일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GDP는 121조207억위안(약 2경2200조원)으로 전년 대비 3% 증가했지만, 중국 정부의 목표치인 5.5% 안팎에는 크게 못 미쳤다. 이에 따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올해 경제 살리기라는 중요한 과제를 떠안았다. 중국은 오는 3월 공식 출범하는 새 지도부와 함께 경제 회생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지만, 14억에 달하는 인구가 언제쯤 집단 면역을 갖춰 코로나19에 제대로 적응할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제로 코로나, 위드 코로나에 2연타
지난해 중국은 국제사회 대부분이 선택한 위드 코로나 대신 고강도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펼쳤다. 눈에 안 차는 경제성장률 성적표를 받아든 것은 그에 따른 부작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 등은 중국 성장률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을 대도시들에 대한 전면적인 폐쇄라고 지적했다. 경제 인구가 이동의 자유를 상실하고 생산과 물류가 차질을 빚었다는 설명이다.
중국의 지난해 전년 동기 대비 분기별 성장률을 보면 1분기 4.8%로 시작은 무난했다. 하지만 4∼5월 ‘경제 수도’ 상하이(上海) 전면 봉쇄의 여파로 2분기에는 0.4%로 급락했다. 3분기 3.9%로 반등했지만 4분기에는 다시 2.9%로 다소 줄어들었다. 지난해 12월 방역을 완화했지만, 그 이후 감염자가 폭증해 소비자 활동이 얼어붙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2분기에 제로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았다면 4분기에는 위드 코로나로 인해 더딘 회복세를 보인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중국의 성장률은 2016년 6.8%, 2017년 6.9%, 2018년 6.7%, 2019년 6.0% 등의 추이를 보여왔다.
◆‘경제 회복’ 난제 받아든 시진핑
중국의 경제 회복 여부는 지난해 3연임에 성공해 장기 집권의 기틀을 마련한 시 주석에게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시 주석은 잇따른 ‘백지 시위’와 경제 타격 등으로 3년 간 유지했던 제로 코로나를 결국 포기했다. 뒤늦게 위드 코로나로 경제를 살리겠다고 천명한 중국은 오는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발표할 예정이다. 올해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5∼6%대 목표를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 성장세를 얼마나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올해부터는 중국이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갑작스러운 제로 코로나 정책의 포기로 소비자들의 활동이 얼어붙었지만 곧 베이징·광저우 등 주요 도시에서 코로나19 감염이 최고조에 달했고, 최근 몇 주 동안은 활동이 반등했다는 징후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블룸버그가 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추정한 중국의 올해 성장률은 4.8%였다. 이밖에 세계은행(WB)은 지난 10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올해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4.3%로 제시했으며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등은 성장률이 5.5% 이상에 근접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대내외 상황이 밝지만은 않다. 부동산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내수가 둔화했으며, 중국의 최대 성장 동력인 수출도 타격을 입고 있다. 중국의 지난해 12월 수출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9.9% 줄어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각국 투자자의 ‘탈 중국·공급망 다변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중국 당국은 지난달 방역 완화 후 내수 진작, 부동산 시장 지원을 거듭 강조하며 IT업계에도 규제가 끝났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러면서 한때 강조했던 ‘공동 부유’ 대신 성장을 강조하며 시장 개방과 적극적인 기업 지원을 약속하고 나섰다.
국가통계국은 또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인구가 14억1175만명으로 전년 대비 85만명 줄었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인구가 줄어든 것은 대약진 운동에 따른 대기근이 발생한 1961년 이후 처음이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중국의 출생 인구는 최소한 1950년대 이후 최저 수준”이라고 전했다. 인구 감소는 장기적으로 볼 때 경제발전의 원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중 수출 의존도 높은 한국 경제…올 연간 성장률 ‘0%대 추락’ 전망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3.0%를 기록, 목표치(5.5%)에 크게 미달하면서 우리 경제 전망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해 중후반부터 우리 경제의 경기침체 우려가 커진 데는 중국 봉쇄정책 등에 따른 수출 하락이 주요 배경이 됐는데, 올해도 ‘중국발 리스크’가 한동안 이어질 경우 충격파가 작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대중 수출액은 112억달러로 2021년 같은 기간 대비 27% 줄면서 7개월 연속 역성장했다. 지난해 전체로 봐도 대중 수출액은 1558억달러로 집계돼 2021년보다 4.4% 감소했다. 이달에도 10일까지 대중 수출액은 29억3000만달러로 전년보다 23.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이 타격을 받으면서 대중 무역수지도 부진한 모습이다. 대중 무역수지는 지난해 5월(-10억9000만달러)부터 8월(-12억2000만달러)까지 4개월 연속 적자를 나타낸 뒤 9월(6억8000만달러) 반짝 흑자를 냈다. 하지만 바로 다음달부터 지난해 12월까지 3개월 연속 적자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대중 수출이 부진한 건 중국의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중국 경제에서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8.7% 하락해 33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중국 경제 상황은 우리 경기 회복 속도를 좌우하는 중요 변수다. 우리의 대중 수출 비중은 지난해 22.8%(6839억달러)로 2021년 25.3% 대비 하락했지만 여전히 전체 수출 중 비중이 가장 크다. 한국은행의 ‘대중 수출의 구조적 특징과 시사점’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 수출에서 중간재 비중은 80%를 상회하는데, 반도체와 OLED 패널 등 높은 기술 수준이 요구되는 품목으로 수출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중국의 경기 호황으로 수출이 증가할수록 중국의 반도체 등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우리가 혜택을 보는 구조인 셈이다. 한은은 “대중 수출은 글로벌 반도체 수요와 중국의 수출 및 투자와 밀접한 연관관계를 가진다”고 분석했다.
세계경제 침체 우려가 더욱 커지는 가운데 중국의 경기 개선 흐름이 지지부진할 경우 우리 경제에도 악재로 작용될 수밖에 없다. 세계은행은 올해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하면서 코로나19 확산세 등을 반영해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4.3%)을 지난해 6월 전망 대비 0.9%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일각에서는 대중 수출 감소 등을 우려해 올해 우리 경제가 0%대 성장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날 ING은행은 ‘2023 경제 전망 리포트’를 통해 중국의 코로나19 확진자 급증, 새로운 변이의 끊임없는 등장 등과 맞물려 올해 상반기 한국의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올해 연간 성장률이 0.6%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중소기업의 여건이 급격히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중국 인건비가 동남아 등 신흥국에 비해 엄청 오르고, 보이지 않는 규제가 최근 많이 생겨 중소기업으로서는 메리트를 잃었다”며 “여기에 저성장까지 추가돼 중국의 소비 여력이 줄어들면 대한민국 제품 수요도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중국 정부가 지난해 12월부터 방역을 대폭 완화하는 등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한 만큼 향후 전망이 비관적이지만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마티어스 코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은 16일(현지시간) 미국 CNBC와 인터뷰에서 “중국의 코로나19 규제 완화가 분명히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해결하는 데 ‘압도적으로 긍정적인’(overwhelmingly positive)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중국이 글로벌 마켓에 본격적으로 복귀하고 공급망이 더 효율적으로 작동할 경우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