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지난해 성별임금격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9개 가입국 중 가장 큰 것으로 발표된 가운데,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윤석열 대통령이 구조적 성차별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등 ‘보수적’ 인식을 지녔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집중 보도했다.
최근 OECD가 공개한 ‘성별 간 임금 격차(Gender wage gap)’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31.12%로, OECD에 가입한 1996년부터 26년 연속 최악을 기록했다. 성별 임금격차는 지난해 남녀 노동자들의 연봉 중간값을 비교한 것이다. 여성이 남성의 68.9% 정도만 받으며 일한 셈으로, 남성의 임금이 100만원이라고 가정할 때 여성은 68만8800원만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FT는 지난 12일(현지시간) 한국의 이 같은 노동 환경 실태를 전하며 윤 대통령이 저출산 문제를 ‘페미니즘’ 이슈와 엮고 구조적 성차별 존재를 부인하고 있다는 데 특히 주목했다.
남성과 여성의 싸움을 부추기는 듯한 보수적 인식을 윤 대통령이 지녔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다고 FT는 전했다.
이어 신상아 서울여성노동자회회장이 “한국의 문화는 여전히 매우 가부장적인 상태”라며 “여성이 남성에 비해 충분히 유능하지 않다는 뿌리 깊은 인식을 바꾸기는 어렵다”고 밝힌 인터뷰 내용을 인용 보도했다.
삼성과 현대차, LG 등 재계에서 여성 임원들을 잇따라 발탁하고 있지만, 한국 기업들의 여성 임원 비율은 터무니없이 낮은 실태라고 FT는 지적했다. 기업정보제공업체 ‘CEO Score’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한국 500대 기업 CEO 중 여성은 11명에 불과한데, 이마저도 이 중 3명은 오너 일가 출신이다.
한국 상장기업의 포용적 고용 관행에 대해 연구한 영국 셰필드대의 피터 마탄레 선임강사는 “한국과 일본의 기업에서 여성 직원들은 제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한국은 OECD 가입국 중 여성들의 교육 성취도가 가장 높지만 핵심 및 관리직 고용에 있어 기회의 보장성은 가장 낮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한국 기업의 이러한 관행은 재능과 지식의 엄청난 낭비로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