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총파업 기간 중 발생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조사방해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 구성원이 개인사업자로 구성돼 있어 사업자단체 성격이 짙고, 현장에서 고의적으로 현장 조사를 거부해 형사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간 수차례 이뤄진 화물연대 파업에서 공정위가 직권조사에 착수한 전례가 없고 한기정 공정위원장이 조사 시작 단계부터 화물연대를 사업자단체로 규정하는 등 공정위 이번 조사가 시작부터 중립성을 잃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공정위는 전원회의를 개최한 결과 화물연대의 조사방해 행위 관련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2일과 5일, 6일 세 차례에 걸쳐 서울 강서구 화물연대 본부 등에서 현장조사에 나섰다. 화물연대가 총파업 기간 소속사업자에 대한 운송거부(파업동참) 강요했고, 다른 사업자의 운송을 방해한 행위가 있다고 보고 전격적으로 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하지만 화물연대 측은 노동자로 구성된 노동조합이므로 공정위 조사에 응할 수 없다는 의견서를 제출하며 조사를 거부했다.
공정위는 “이러한 행위가 조직 차원에서 결정·실행됐고, 공정위의 원활한 조사 진행이 방해되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공정거래법상 현장 조사를 거부·방해·기피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공정위는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을 고발할지 검토했지만, 이 위원장이 직접 결정·지시했다고 볼 근거가 없어 화물연대만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화물연대에 대해 사업자단체성이 짙다고 판단했다. 노동조합법상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은 바 없고, 단체행동과 관련된 법상 절차(조정 절차 및 쟁의 찬반투표 등)도 거치지 않아 노동조합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고용노동부의 입장도 이번 판단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승규 공정위 카르텔총괄과장은 “화물연대 구성원 중에는 본인이 사업자등록을 해서 운송사업을 하는 사람이 일부 있고, 위·수탁 계약을 통해 하는 개입사업자들도 있다”면서 “사업자로 볼 수 있고 따라서 사업자 단체로 조사대상이 된다고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정위의 이번 고발 조치가 형평성을 잃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법원 판례 등에서 사실상 노동조합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은 화물연대를 고발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화물연대를 사업자단체로 볼 것인지 여부는 특고의 노동권 관련 중요 쟁점 사항이다. 공정위가 골프장 캐디, 학습지 교사 등 특고 지위를 갖는 노동자를 향후 조사할 수 있는 선례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공정위가 직권조사에 착수한 것도 이례적이란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정권에서 화물연대의 파업이 6차례 있었는데 공정위가 부당 공동행위를 근거로 조사에 착수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아울러 현장조사 당일인 지난 2일 한기정 위원장이 “화물연대 소속된 화물차주를 사업자로 판단하고 있다”라고 밝히는 등 공정위 스스로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공정위 최고의결기구인 전원회의의 의장인 위원장은 통상 조사 중인 사건에 대해 발언을 자제한다. 조사와 심판을 엄격히 분리하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다. 민주노총은 이를 문제 삼아 한 위원장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화물연대 고발을 결정한 이번 전원회의에도 복지관 참석을 이유로 불참했다.
화물연대는 즉각 반발했다. 화물연대 측은 성명에서 “화물운송의 전 과정은 화주기업과 운송사의 지시·지휘·감독을 통하여 진행되고, 화물노동자의 운임은 ‘화주 기업’의 결정에 따라 결정된다”면서 “화물노동자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노동 3권이 보장되는 노동자인데 화물연대와 지도부를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방해죄’로 고발한다는 것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