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UAE의 적은 이란" 발언에 대해 이란 측이 관계 재검토를 거론하면서 양국 간 분위기가 냉랭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이란 외무부는 윤강현 주이란 한국 대사를 초치해 우리나라가 70억 달러(약 8조 6100억 원) 자금을 동결한 상황과 핵확산금지조약(NPT) 위배까지 언급하며 비판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레자 나자피 법무·외교차관은 윤 대사와 면담에서 한국이 이란의 금융자산을 차단하는 등 비우호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고 거론하고, 한국이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효과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한국과의 관계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이 최근 핵무기 제조 가능성에 대해서도 거론했는데, 이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는 다양한 외교 채널을 통해 이란 측에 발언의 진의를 충분히 설명하고, 이란 측도 이해하고 있다고 강조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갈등이 더 깊어가는 모양새다.
이에 외교부는 19일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 대사를 '맞초치'하는 이례적 상황을 통해 정부의 입장을 다시 명확히 밝혔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핵확산금지조약 관련 언급에 대해서도 이란 정부의 문제 제기가 전혀 근거 없는 것"이라며 "이란 측의 문제 제기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것을 명확하게 지적한다"고 강조했다.
외교가에선 이란 법무 담당 외무차관이 윤 대사를 카운터파트로 맞아 면담한 데 대해 '이란이 법률적 성격을 가진 동결자금 등 문제를 해결하고자 대사 초치를 이용한 의도도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란 반정부 히잡 시위가 장기화되고, 이란의 국제사회 고립 기간도 길어지면서 윤 대통령의 발언을 '돌파구' 삼아 대이란 제재 해결을 해결해 보려는 취지도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과 이란 사이 갈등의 불씨가 더 커질 것이란 예측도 없지 않다.
미국의 경제 제재로 인해 발생한 한국의 동결 자금 70억 달러는 이란으로선 가장 큰 규모의 자금에 해당한다. 이란은 지속적으로 자금 반환을 요구하고 있으나, 제재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협상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이로 인해 이란 혁명수비대의 '한국케미호' 나포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이태원 참사 당시 이란 외교부 대변인의 "이태원 사망자는 현명하지 못했다"는 발언은 양국 관계에 상처를 주기도 했다. 정부가 대이란 제재 유엔 인권 결의안에 적극 참여하는 것도 양국간 갈등 요소로 존재한다.
한편 우리 정부로서도 2019년부터 UAE와 이란이 관계 정상화를 논의하고, 긴장 완화에 힘쓰고 있는 상황에서 '제3국이 불필요한 개입을 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해당 발언이 사전에 준비된 것이 아닌 윤 대통령의 즉흥적 발언으로 보이는 데 대해 외교부 차원이 아닌 대통령실의 구체적 해명이 필요하단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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