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비트코인 불씨 살아나나…전문가가 꼽은 상승요인 5가지 [이슈+]

2022년 9월 이후 최고 찍기도…2013년 이후 최장기간 상승
연초 상승세 비트코인…“바닥쳤다”, “2∼3년 내 10만 달러”
이유 있는 가상화폐 상승 전망…전문가들 “큰손들 움직여”

‘FTX 파산’ 등 각종 악재로 폭락했던 가상화폐가 올해 들어 회복세를 보이면서 투자 전망에 파란불이 켜진 모습이다. 가상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은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 신호에 맞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기준으로 비트코인 가격은 2만1000달러 안팎으로 앞서 가상화폐 거래소 FTX 파산 보호 신청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은 물론 전날까지 13일 연속 상승하며 올해 들어서만 약 30% 올랐다. 이는 FTX의 유동성 위기가 알려지기 직전인 지난해 11월 초 수준이다. 이날 비트코인은 장중 2만1594달러까지 오르며 지난해 9월13일 이후 4개월여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기도 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는 2013년 11월 이후 약 10년 만에 최장 기간 상승이다.

 

시장조사기관은 비스포크 인베스트먼트그룹은 이날 “비트코인은 50일 이동 평균선은 물론, 200일 이동 평균 이상으로도 거래되고 있다”며 “FTX 파산 여파로 가격이 급락한 이후 하락 폭을 대부분 회복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의 상승을 지난해 말 단기 급락과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 완화를 꼽는다. 가상화폐 거래업체 B2C2의 최고위험책임자(CRO) 애덤 파딩은 “최근 상승은 단기적으로 매물이 쏟아지면서 급락한 데 따른 반등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기대감 부푼 투자자들…2023년은 ‘회복의 해’

 

연초 가상화폐 시장이 랠리를 이어가자 올해 비트코인이 어느정도 회복한 뒤 내년 이후부터 다시 본격적인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유명 헤지펀드 스카이브릿지 캐피탈의 앤서니 스카라무치 최고경영자(CEO)는 2023년을 비트코인의 ‘회복의 해’로 규정했다.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던 2021년 11월 6만9000달러선까지는 아니더라도 올해 비트코인이 회복기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스카라무치 CEO는 비트코인이 2∼3년 안에 5만달러에서 최고 10만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디지털 자산운용사인 코인셰어즈의 멜템 데미로스 최고전략책임자는 상승폭은 제한되겠지만, 비트코인이 높게는 2만5000∼3만달러에 형성될 수 있다고 봤다.

 

내년 이후에는 가상화폐 강세장이 시작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벤처 및 가상화폐 투자가인 빌 타이는 “악재가 더 있기는 하겠지만 많지는 않을것으로 본다”며 “비트코인은 바닥을 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상화폐 거래소 FTX 붕괴의 여파가 앞으로 6∼9개월 동안 계속될 수 있다”며 강세장의 시작은 “아마도 1년 후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스탬프의 장 밥티스트 그래프티오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도 “기관투자가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며 앞으로 2년에 걸쳐 강세장이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진=AFP연합뉴스

이같은 가상화폐 상승 전망은 미국 물가 상승 둔화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인상 속도 조절로 이어지고 FTX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돼 가고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소셜트레이딩 플랫폼 알파임팩트의 헤이든 휴즈 최고경영자(CEO)는 “물가지수 하락에 FTX 청산인들이 유동자산 50억달러를 회수했다는 발표가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며 “시장은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많은 긍정적인 모멘텀을 가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거시경제 환경 개선이 비트코인 시세와 밀접하다고 본다. 실제로 비트코인이 반등에 시동을 걸던 시점은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둔화하면서부터다. 코인과 밀접하게 연동되는 것으로 알려진 나스닥 역시 CPI 완화 기대감에 4거래일 연속 랠리를 기록하기도 했다. 물가 상승 둔화에 따라 연준이 긴축에 마침표를 찍을 거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에 안전자산에 기울어졌던 투심이 코인 등 위험자산으로 빠르게 전환될 거란 전망까지 제기된다. 

 

◆가상화폐 상승 전망의 5가지 이유

 

향후 가상자산 강세를 점치는 이유로는 △달러 약세 △사상 최저 수준의 변동성 △고래 대거 매집 △채굴 난이도 상승 △2024년 반감기 도래 등을 꼽는다.

 

먼저 ‘달러 약세’는 그간 가상화폐 시장에서 분명한 시그널로 작동했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대부분이 달러와 연동해 거래되므로, 달러 약세는 가상자산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같은 달러로 더 많은 가상자산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비트코인은 달러 약세 국면에서 초강세를 보여왔으며, 지난해 약세장 또한 달러의 강세에서 시작됐다. 글로벌 가상자산 전문매체인 코인텔레그래프는 “달러 약세 전망은 비트코인의 강세와 기술적 반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지난 2020년 3월 이후 비트코인과 달러화는 서로 반대로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사진=AP연합뉴스

다음으로 비트코인의 ‘낮은 변동성’도 주목받고 있다. 통상 변동성 감소는 강세장의 신호라는 주장 때문이다. 글로벌 주요 재무설계 자문기업 드비어의 나이젤 그린 최고경영자(CEO)는 “변동성이 줄면서 비트코인 랠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상자산 분석가 윌 클레멘트도 최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 변동성이 사상 최저치(ATL)를 기록했다”며 차트를 공유했다. 그가 공유한 차트에 따르면 비트코인 변동성은 지난 크립토 윈터 절정기인 2018년에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다. 이후 변동성이 급증하면서 비트코인 가격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일명 ‘고래’로 불리는 가상자산 큰손들의 움직임도 변수다. 이들이 최근 비트코인을 대거 매입하면서 랠리를 주도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전문업체인 카이코는 “고래들이 비트코인 가격이 충분히 떨어졌다고 보고 대거 매집 중”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비트코인 평균 거래 규모는 지난 8일 700달러에서 16일 1100달러까지 증가했다. 해당 증가는 고래들의 대거 매집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비트코인 채굴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한 것 역시 비트코인 랠리에 일조한다는 평가다. 채굴 난이도가 높아져 생산 원가가 상승하면 비트코인 가치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지난 16일 BTC닷컴 데이터에 따르면 비트코인 채굴 난이도는 10.26% 상승했다. 채굴 난이도가 10% 이상 오른 것은 지난해 10월10일 이후 3개월 만이다.

 

2024년으로 다가온 비트코인 반감기 역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라는 분석이다. 비트코인은 4년마다 블록 채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를 거친다. 일부 투자자들은 반감기에 비트코인 공급이 압박받기 때문에 가격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대표적인 비트코인 강세론자 중 한 명인 팀 드레이퍼 또한 최근 CNBC를 통해 “2024년으로 가까워진 비트코인의 반감기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트코인은 반감기 2년 전에 폭락하고 반감기 전해부터 상승하는 사이클을 4년 주기로 반복해왔다. ‘3년 강세 후 1년 약세’ 패턴인 셈이다. 기존 패턴대로 반감기 2년 전인 2022년에 비트코인은 폭락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