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사설] 3년 만에 실내 마스크 해제, 자율 방역 더 중요해졌다

정부, 30일부터 착용 권고로 완화
고령층 백신 기피·중국 변수 복병
고위험군·치명률 관리 만전 기해야

코로나19 유행 3년 만에 마스크 의무 착용이 해제됐다. 정부는 어제 오는 30일부터 대중교통·의료기관·복지시설을 뺀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권고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감염자가 처음 발생한 지 3년 만에, 실내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한 지 2년3개월 만이다. 7일간 확진자 격리만 최후의 방역 조치로 남게 됐다. 코로나19와 공존하며 완전한 일상생활 회복의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남긴 상처는 크고도 깊다. 7차례의 유행이 이어졌고 인구의 58%(2995만명)에 달한 감염자는 설 연휴 이후 3000만명을 넘어설 것이다. 사망자가 3만3134명이나 쏟아졌다. 우리 사회는 지난 3년간 그야말로 코로나19와 유례가 드문 사투를 벌여왔다. 방역정책도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문재인정부가 2021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위드 코로나를 섣불리 도입했다가 화를 키운 건 뼈아픈 대목이다. 당시 전파력과 독성이 강한 델타 변이가 창궐했는데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해 확진자·사망자가 급증했다. 작년 상반기 전체 사망자의 약 60%가 숨졌다. 방역에 과학이 아닌 정치가 개입하는 바람에 빚어진 참사가 아닐 수 없다. 이제라도 코로나19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것은 의사·간호사 등 방역·의료 인력의 분투와 헌신, 성숙한 시민의식이 빛을 발했기 때문일 것이다. 찬사와 위로를 전한다.

마스크 의무 착용 해제를 놓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마스크 착용은 비용·효율 면에서 최적·최후의 방역 수단이다. ‘노 마스크’가 다시 대유행의 빌미로 작용할지도 모를 일이다. 감염 상황도 안심하기는 이르다. 7차 유행이 안정기에 들어섰다지만 주간 일평균 신규 확진자가 3만2000명을 웃돌고 위중증 환자도 500명에 육박한다. 감염이 재차 확산한다면 마스크 자율화가 의무 착용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자율 방역이 중요해졌다.

중국발 감염 확산과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중국은 지난 8일 3년간 이어진 ‘제로 코로나’ 정책을 푼 데다 설 명절인 ‘춘제’ 기간 연인원 20억명이 이동할 예정이다. 다시 코로나19 불길이 급속히 번지고 새 변이가 나타날 수도 있다. 한때 20%를 웃돌았던 중국발 입국자의 검사 양성률이 7%로 줄었다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방역 당국은 우선 60세 이상 고령층과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 보호와 치명률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중증환자 급증에 대비해 병상·치료제 등 의료 역량을 준비하는 것도 소홀히 해선 안 될 일이다. 저조한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게 시급하다. 변이에 대응 가능한 2가 백신의 경우 60세 이상 고령층 접종률이 30%대로 목표치(50%)를 한참 밑돈다. 중국 변수는 마지막 고비일 것이다. 중국발 유입이나 변이에 잘못 대응했다가 다시 대확산과 위중증 환자 급증, 의료 대란으로 이어지지 말란 법이 없다. 정부는 중국의 감염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빈틈없이 대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