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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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거리두기 없는 설 맞았지만… 폭등한 생활물가에 취준생은 ‘집콕’

"생활비 통장도 마이너스… 연말 연시 양극화 체감" 호소

뉴시스

 

3년 만에 거리두기 없는 설 연휴를 맞아 해외여행을 떠나는 20∼30대가 적지 않다. 감염병 우려가 크게 줄어든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모아둔 목돈이나 연초 상여금이 있으니 연휴 기간 해외여행을 즐기겠다는 이들이다.

 

21일 뉴시스와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20일부터 오는 24일까지 닷새간 61만6074명이 인천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예측된다. 일평균 이용객은 전년 동기 대비 14배 증가한 12만3215명으로 관측됐다.

 

코로나 확산 이전에는 젊은 층이 연휴를 이용해 해외여행을 떠나는 풍경이 낯설지 않았다. 반면 지난 3년 간은 감염 우려 등으로 명절 여행 수요가 크게 위축됐다.

 

이에 거리두기 해제 후 첫 번째 설 명절인 이번 연휴에는 억눌려졌던 젊은층의 여행 수요가 폭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사회 초년생 박모(24)씨는 "코로나가 끝나고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열심히 저축했다"며 "연휴를 껴서 동유럽으로 일주일간 여행을 간다"고 말했다.

 

박씨는 최근 받은 상여금으로 조만간 친구와 아이슬란드 여행도 계획하고 있다.

 

일본 수도 도쿄에서 설 연휴를 보내는 3년차 직장인 전모(28)씨는 "코로나로 해외여행을 쉽게 떠나지 못하다가 가까운 일본에 왔는데 여행을 왔다는 사실 자체로 기분이 좋다"며 "그동안 '집콕'하면서 아껴둔 체력을 다 쓰고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일본 여행 중인 직장인 허모(27)씨도 "오랜만에 해외로 나오니까 정말 코로나가 끝난 게 실감이 난다"며 "1년 전만 해도 해외여행은 꿈도 못 꿨는데 그동안 모은 돈으로 실컷 즐기다가 돌아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설날 당일인 오는 22일부터 3일간 친구 2명과 일본 여행을 떠나는 직장인 최모(29)씨는 "학교 다닐 때 틈만 나면 해외여행을 다녔었는데 코로나 시기에 취업하게 돼 직장인 신분으로 떠나는 첫 여행이 됐다"며 "지갑 사정도 풍족해졌고, 식도락 여행을 제대로 즐길 것"이라고 웃었다.

 

뉴시스에 따르면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청년들의 경우 해외여행은 언감생심(감히 바랄 수 없음)이라 자발적 '집콕'을 계획하는 이들이 다수다.

 

경기도 시흥에 사는 취업준비생 이모(23)씨는 "올해부터는 취업 준비에만 집중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도 그만둔 상태라 경제적 수입이 0원"이라며 "체력을 보충하고 심기일전해서 추석 연휴는 남들처럼 즐기고 싶다"고 했다.

 

연초 전기요금과 가스비 등 공공요금과 지하철, 버스, 택시 등 대중교통 요금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여력이 없어졌다는 이들도 있다.

 

직장인 김모(31)씨는 "비상금 통장은 바닥난 지 오래고 생활비 통장도 마이너스라서 집에 있을 예정"이라며 "근교 당일치기 여행을 생각했지만 그냥 접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전세 대출 이자도 오르고 가스요금도 크게 올라서 하루에 한번씩 놀라는 것 같다"며 "연말연시에 양극화가 특히 크게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