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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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먹이려 1시간 걸려 왔어요"…연휴 첫날 시장·마트 북적

나들이객까지 몰려 인산인해…"물가 무섭게 올라" 한숨도

"우리 애들, 손주들 먹이려고 1시간 걸려 왔어요. 손이 꽁꽁 얼었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의 한 분식집 앞에서 줄을 서 있던 장영수(63)씨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가족들을 볼 기대감에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2023년 계묘년 설을 이틀 앞둔 지난 20일 인천 남동구 모래내시장이 명절 상차림 준비를 위해 장을 보러 온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장씨는 "천안, 화성에 사는 두 딸이 추석 이후로 처음 집에 오는데 여기 떡볶이가 그렇게 먹고 싶다고 해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며 "떡볶이 때문에 이렇게 오래 기다리긴 처음"이라며 환히 웃었다.

설 연휴 첫날인 이날 오전부터 서울 시내 전통시장과 마트는 한파를 뚫고 장을 보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광장시장을 찾은 시민들은 두꺼운 점퍼와 목도리로 중무장을 한 채 두 손 가득 짐을 들고 바삐 움직였다. 손수레에 선물용 과일 상자를 가득 싣고 좁은 길을 빠져나가는 이들도 보였다.

전을 파는 골목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직원들은 부지런히 전을 부치면서 "여기 온갖 전이 다 있으니 보고 가라"며 손님들을 불러 모았다.

2023년 계묘년 설을 이틀 앞둔 지난 20일 인천 남동구 모래내시장에서 손님을 맞기 위해 상인의 손이 바빠지고 있다. 

맛집으로 알려진 한 전집 앞은 건너편까지 대기 줄이 늘어섰다. 가게 앞까지 나온 직원은 "오늘은 포장 판매만 가능하다. 뒤로 바짝 붙어 기다려달라"고 큰소리로 외쳤다.

줄을 서 있던 주부 임미영(54)씨는 "물가도 많이 올랐고 날씨까지 추워 일일이 장보기가 힘들어서 올해는 만들어 놓은 전을 사서 차례상에 올리려 한다. 기왕이면 맛있는 집에서 사려고 10분째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나들이 삼아 먹자골목을 찾은 연인들, 가족 단위 나들이객, 외국인 관광객도 눈에 띄었다.

직장인 이원선(26)씨는 "올해는 친척 집에 갈 계획이 없어서 아침부터 근처 사는 친구와 함께 놀러 나왔다"며 "시장에 오니 그래도 명절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역시 젊은 층 사이에서 '핫 플레이스'로 여겨지는 만큼 장을 보러온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데이트를 하러 온 연인 등으로 붐볐다.

지난 20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못골시장이 제수를 구매하려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일부 구간은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 잰걸음으로 힘겹게 나아가야 했다. 시장 입구로 향하는 좁은 도로도 차들로 꽉 막혔다.

한 20대 방문객은 "사람이 너무 많다. 자리 잡기가 힘들겠다"며 한숨을 쉬었고, 그의 일행은 "그래도 한번 가보자"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대형마트에는 신혼부부나 어린아이 손을 잡고 온 가족 단위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서울 용산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김영미(44)씨는 "오늘 오후 부모님이 오셔서 장을 봐야 하는데, 날이 추워 시장은 갈 엄두가 안 나 마트로 왔다"고 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온 손모(33)씨는 "신정에 고향 집에 가서 이번에는 안 내려가고 '집콕'을 한다. 와인이랑 이것저것 샀는데 먹고 마시면서 영화도 보고 푹 쉴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오랜만의 명절 분위기에 설레하면서도 치솟은 장바구니 물가 때문에 부담스럽다고 하소연했다.

망원시장에서 만난 주부 오옥주(65)씨는 "오이 3개를 4천원에, 애호박 1개를 2천500원 주고 샀다. 가자미도 별로 크지도 않은 걸 1만2천원을 줬다"며 "아무리 명절이지만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올랐다"고 토로했다.

광장시장을 찾은 김도향(60)씨는 "보통 명절 때는 가격이 오르지 않느냐"면서도 "한 달 전쯤에도 장을 봤는데 그때보다 확실히 비싸진 것 같다"고 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