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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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상권 다 죽는다” 대관령 개발사업 차질에 지역민 ‘부글부글’

우여곡절 끝에 KH그룹에 매각된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를 놓고 지역 상인과 주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사법당국이 진행 중인 입찰방해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대규모 지역 개발사업 등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세계일보 취재에 따르면 알펜시아리조트 매각 입찰방해 혐의와 관련 배상윤 KH그룹 회장이 곧 자진 귀국한다.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 혼란을 겪고 있는 알펜시아리조트 정상화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앞서 KH그룹은 계열사를 통해 2021년 6월 공개 입찰을 거쳐 알펜시아리조트를 7115억원에 낙찰 받았다. 강원경찰청은 이 과정에서 KH그룹 계열사 2곳이 입찰에 참여하는 등 정당한 입찰을 방해한 것으로 보고 현재까지 1년6개월여 넘게 수사를 진행 중이다. 입찰방해 논란은 지역 시민사회단체인 강원평화경제연구소 등이 2021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와 경찰에 수사의뢰를 하면서 시작됐다.

 

KH그룹은 “배상윤 회장은 지난해 출국해 하와이 한 골프장을 인수했고 현재는 하얏트호텔 매각 업무를 위해 해외에 체류하고 있다”며 “사업 일정을 마무리하고 귀국해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문선 전 강원도지사도 입장문을 내고 “법이 정한 정찰에 따라 복수의 감정법인을 통해 감정한 금액에 의해 매각예정가가 산정됐으며 감정가는 약 9000억원대였고 4번의 유찰로 최종 7115억원에 매각됐다”며 헐값 매각 의혹을 부인했다. 이어 “강원도개발공사가 해당 입찰을 진행하기 전 경영 판단을 하고자 회계법인을 통해 내부적으로 시장가격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약 5000억원대에 불과했다”며 “시장 가격 이상을 받았다는 게 업계와 전문가의 평가”고 말했다.

 

◆시작부터 잘못된 알펜시아리조트 조성사업

 

알펜시아리조트는 그간 ‘혈세 먹는 하마’로 불리며 강원도정의 골칫거리로 치부됐다.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2006년 착공, 2009년 완공된 알펜시아리조트는 사업 추진 단계부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2005년 알펜시아리조트 조성 사업계획에 따르면 당초 사업비는 약 1조1245억원으로 책정됐다. A지구 분양대금에서 약 8000억원, B지구 콘도 회원권 판매금 등으로 약 4000억원을 충당할 계획이었지만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 실패로 위기를 맞았다.

 

2012년 5월 도가 실시한 알펜시아리조트 사업 감사 결과에 따르면 알펜시아리조트 조성 사업을 맡은 강원도개발공사는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 실패 이후 총 5차례에 걸쳐 사업계획을 변경했다. 이로 인해 당초 공사비는 8000억원에서 1조873억원으로 증가, 전체 사업비가 1조6863억원으로 급증했다. 기초 터파기와 철구조물 공사 등이 이미 진행된 설계를 수정해 철거비로만 73억원, 설계변경에 따른 각종 해약금으로 30억원 등이 낭비됐다. 또 공사 지연에 따라 공사 기간이 늘어나자 건설사들이 물가인상분만큼의 공사비 인상을 요구했다.

 

결국 무리한 사업추진으로 초기 공사비용이 급증, 총 사업비 1조6325억원 중 약 1조원이 고스란히 부채로 남게 됐으며 행정안전부로부터 경영개선명령에 따른 매각명령을 받게 됐다.

 

◆11년간 실패로 돌아간 알펜시아리조트 매각

 

사실상 정부로부터 알펜시아리조트 매각 명령을 받게 된 도는 2011년부터 지난 11년간 매각에 나섰지만 실패를 거듭했다. 2016년 중국 기업과 매각 협약을 맺었지만 무산됐고 이듬해인 2017년, 싱가폴·영국 등 기업과 협상을 벌인 결과 매각대금이 너무 낮아 협상이 중단됐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최 효과와 주변 교통인프라 확충 등 알펜시아리조트의 기업가치가 가장 높았던 2018년에도 매각은 실패로 돌아갔다. 유럽 투자그룹이 닷새간 평창에 머물려 현장실사까지 진행했지만 8000억원이 넘는 부채 등을 이유로 매입에 나서지 않았다.

 

2년 뒤인 2020년에는 도와 한 투자업체가 매각가 8000억원에 합의, 알펜시아리조트 매각 성사 기대감이 커졌지만 계약금 15억원이 입금되지 않아 파기돼 논란이 일었다.

 

같은 해 12월부터 공개입찰로 전환한 도는 매각가를 2020년 1조원, 2021년 3월 7800억원으로 각각 낮췄지만 유찰됐다. 당시 매입의사를 밝힌 기업 및 투자사는 인수금액으로 약 5000∼6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입 의사를 밝히는 기업이 없자 도는 결국 추가로 매각가를 10% 인하했고 2021년 6월 KH그룹 한 계열사가 매각가 7115억원에 낙찰됐다.

 

이를 두고 지역 일각에서는 ‘헐값 매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당시 도는 “알펜시아리조트 운영개시 이후 지속적인 영업적자와 막대한 부채 등을 고려했을 때 정당한 매각”이라고 강조했다. 알펜시아리조트의 향후 사업 안전성과 성장성, 현금창출 능력과 지속적인 매각 불발상황을 고려했을 때 적정한 시장가격을 형성했다는 이유다.

 

◆“알펜시아 하루빨리 정상화” 커지는 지역민 불안감

 

이처럼 알펜시아리조트가 우여곡절 끝 매각이 완료, 주변 대규모 개발까지 기대됐지만 최근 불거진 각종 논란으로 지역민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특히 인근 상인들은 “1년 넘게 이어지는 수사로 알펜시아리조트 이미지가 망가져 상인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손경자 알펜시아리조트 상가번영회장은 “운영주체가 공기업에서 사기업으로 넘어가면서 추가적인 개발 등 기대감이 커졌다”며 “인수 직후인 2022년 2~3월에도 비수기였는데 예년보다 장사가 잘됐다”고 말했다. 또 “괜한 정치싸움에 지역 상권과 상인, 지역민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며 “알펜시아리조트 내 상가만 50여개, 상가에 딸린 직원만 300명이 넘는 만큼 지금의 상황이 우리에게는 생존과 직결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하루 빨리 이 논란이 정리되길 바란다”며 “지역민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생각해달라”고 호소했다.

 

KH그룹에 매각된 이후 고용승계가 이루어진 알펜시아리조트 직원들도 불안감을 나타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처음 매각 얘기가 나왔을 때도 고용안정 불안감이 컸지만 450명 전원이 고용승계 되어 생업에 종사하고 있다”며 “너무 오랫동안 입찰방해 논란으로 수사가 지속되다 보니 직원들이 업무 집중하지 못하고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평창군 관계자는 “공기업에서 사기업으로 알펜시아리조트가 매각된 이후 지역 세수가 약 2배 이상 증가했다”며 “입찰방해와 관련된 논란이 지금 지역에 미치는 파장이 큰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평창·춘천=박명원 기자 03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