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선출될 더불어민주당 차기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표가 사법리스크를 극복한다면 이 대표와 투톱을 이뤄 내년 총선을 지휘하게 된다. 그렇지 않다면 대표 직무 대행을 맡을 가능성도 있다. 동시에 차기 원내대표 선거는 친이재명계가 대부분인 당 ‘주류’에 대한 당내 여론을 보여줄 잣대가 될 전망이다. 박홍근 원내대표의 임기가 아직 넉 달이나 남았지만, 벌써 차기 원내대표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이유다.
◆친명 일변도냐, 견제냐…계산 복잡한 차기 원내대표
민주당이 승리한 20·21대 총선에서 민주당 투톱은 상호 ‘보완’에 가까운 존재들이었다. 180석 대승을 거둔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이해찬·이인영 체제였다. 1석 차이로 새누리당에 승리한 20대 총선 당시에는 문재인·이종걸 체제였다가 총선을 앞두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 바 있다.
이인영 원내대표 당선 당시, 당 안팎에서는 이해찬 대표에 대한 ‘비토’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해찬 대표와 가까운 김태년 의원 이 아닌 이인영 의원이 선택을 받아서다. 2015년 당선된 이종걸 원내대표 역시, 친문 핵심이던 최재성 의원을 누르고 당선된 바 있다. ‘확장성을 보여야 한다’는 전례가 있는 만큼 차기 원내대표는 친이재명계(친명계)가 아닌 비이재명계(비명계)가, 혹은 친명계가 된다더라도 색이 옅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 박홍근 원내대표가 사실상 친명계로 분류된 것도 이 같은 여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민주당에서는 지난해 12월 이후 수차례 열린 의원총회에서 자유발언이 실종된 상황이다. 사실상 현 지도부에 대한 의원들의 불만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주된 변수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대장동 사건에 이 대표가 소환되는가 하면, 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이 송환되면서 변호사비 대납 의혹 수사도 이어질 전망이다.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몰랐다”고 말해 기소된 선거법 재판 건도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본 재판이 진행될 전망이다. 여기에 기소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정진상 전 당대표실 정부조정실장 등 이 대표 최측근이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이 대표의 리더십은 상처를 받고, 이 대표 체제 역시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릴 전망이다.
물론 친명계가 당선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 대표를 중심으로 뭉쳐 ‘검찰 리스크’를 극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이 대표 대선 후보 선출을 전후로 주요 의사결정에 ‘당원 여론’을 더욱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상황이다. 실제로 박 원내대표가 당선됐던 지난해 3월 원내대표 선거와 하반기 국회의장선거에서는 문자 폭탄 등 이른바 ‘개딸’의 선거운동이 진행됐다. 친이재명계 의원들과 최고위원들이 당원권 강화를 주장하며, 당 제도를 고쳐나가는 만큼 원내대표 선거에도 ‘개딸’의 선거운동이 재현될 공산이 크다.
비명계의 한 초선 의원은 21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지도부를 향한 불만 혹은 확장성에 대한 요구 등이 뒤섞이며 후보를 고르게 된다”며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는 고민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물밑 구두 여론조사는 진행 중…“지금 목소리 내는 사람 모두 후보군”
선거가 한참 남아있는 만큼 현재까지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의원은 없다. 대신 의원들과 삼삼오오 모인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떠보는, ‘구두 여론조사’는 상당수 진행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당내에서는 우선 과거 원내대표 선거 출마 경험이 있는 의원들이 후보군으로 꼽힌다.
먼저 지난 2020년 원내대표 선거에서 김태년 원내대표에게 밀렸던 3선 전해철 의원이 후보로 꼽힌다. 그가 친문재인계(친문) 핵심으로 분류된다는 점도 당의 ‘화합’이라는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후문이다. 당 일각의 이 대표 사법리스크 분리 대응 주장에 “명확한 불법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다른 상황을 상정해 두고 준비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공개 반박한 것을 두고서도 전과는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그는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초당적 의원 모임을 주도하는 등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4선 안규백 의원도 후보군으로 꼽힌다. 지난 2021년 원내대표 선거 출마 의사를 밝혔다가 접었던 만큼, 이번에는 ‘동정표’도 적잖다는 지적도 있다. 정세균계였던 그가 지난 전당대회 이후 친명계에 사실상 편입됐다는 시각도 있다. 그는 ‘부패혐의로 기소될 시, 당직을 정지한다’는 당헌 80조를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 이는 친명계 의원들과 같은 입장이었다. 특유의 인화력으로 의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외에 직전 선거에서 박홍근 원내대표에 졌던 3선 박광온 의원, 3선 한정애·홍익표 의원도 후보군으로 꼽힌다. 한 재선 의원은 “지금 당에 대한 이야기나 논의를 주도하려는 사람들 모두 후보군이라고 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수도권 중진 의원은 “누군가는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어쩌면 1년 전부터 했을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