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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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한 달도 안 됐는데…미국서 총기 사고로 2700여명 사망

2023년이 시작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지만, 미국에서 이미 2700여명이 총기 관련 사건·사고로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CNN 방송은 “이게 2023년의 미국”이라고 자조했다.

22일(현지시간) 경찰 관계자들이 전날 미국 캘리포니아 몬터레이파크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 관련 브리핑을 한 후 사건 현장으로 가고 있다. AP뉴시스

CNN 방송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내 총격 사건을 추적하는 비영리단체 ‘총기폭력 아카이브’ 자료를 인용해 올해 1월1일부터 23일까지 총 38차례의 ‘총기난사’(mass shooting) 사건이 발생해 2720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수치에는 음력 설 전날인 지난 21일 발생해 현재까지 11명의 사망자가 나온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 파크 총격 사건, 그리고 23일(현지시간) 오후 캘리포니아 해프문베이 외곽 농장지역에서 7명이 숨진 총격 사건도 포함됐다.

 

해당 단체는 총격범을 제외하고 죽거나 다친 피해자가 4명 이상일 때 총기난사 사건으로 분류한다. 2720명의 사망자 중에선 자살이 1518명으로 가장 많았다. 살인과 과실치사, 정당방위 등으로 인한 사망이 1202명이다. 이 가운데 0∼11세 어린이가 21명이나 됐고, 12∼17세 청소년이 100명이다.

 

CNN 방송은 “관련 집계가 시작된 이후 역대 최고치”라며 “이게 2023년의 미국”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총기가 허용되는 소수의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유독 소지 규모가 크고 사건 발생도 잦은 편이다. 미국소아과학회가 지난해 12월 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24세 이하 미국인들의 사망 원인 1위가 총기 관련 부상이다. 스위스의 국제 무기조사 기관 ‘스몰 암스 서베이’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엔 개인이 소유한 총기가 약 3억9300만정가량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인 100명당 120정 꼴로, 사람보다 총기 숫자가 더 많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총기 구매 제한 연령을 21세로 높이는 내용이 포함된 법안이 의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사회엔 ‘총기를 소유하는 것이 자신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란 인식이 팽배한 데다 총기업계의 의회 로비도 만만치 않다. 미국 공화당을 비롯한 보수진영도 총기 소지를 타협할 수 없는 헌법적 권리라고 본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