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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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음주 뺑소니’에 배달원 사망…“신호 잘 지켰는데” 피해자 측 엄벌 청원

설 연휴 앞두고 햄버거 배달하다 숨져
유족 측 “가해자 강력 처벌·법 개정 촉구”
음주운전을 하다가 오토바이 배달원을 치어 숨지게 하고 달아난 혐의를 받는 40대 의사 A씨가 지난 21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미추홀구 인천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인천 서구에서 경기 김포까지 대리비는 비싸야 2만5000원…. 가해자 행동으로 고인은 설 명절을 앞두고 황망히 가족의 곁을 떠났습니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두고 인천에서 음주운전 사고로 숨진 오토바이 배달원 측 지인이 가해 운전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24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는 ‘음주운전, 사망사고 후 뺑소니한 범죄자의 강력한 처벌 및 파렴치한 음주운전 살인자들의 법 개정을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숨진 배달원의 친형과 친구라고 밝힌 글쓴이는 “피해자 가족들은 자식·형제를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에 평생 죄인으로 살아가야 한다”며 “가해자가 강력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음주운전 처벌에 대한 양형 기준이 너무 우습고, 음주운전 자체를 하지 않도록 법을 개정하면 쉬운 일인데 왜 안 하는지 모르겠다”며 “법은 가해자를 위해 가해자를 위한 범법자들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듯 변호, 수사, 법 적용, 보험 등 전부 가해자 편인 듯하다”고 비판했다.

 

해당 청원은 현재 100명의 찬성을 얻어 국회 청원 홈페이지에 공개될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 공개 이후 30일 안에 5만명 동의를 얻으면 국회 소관위원회 및 관련 위원회에 회부돼 심사를 받는다.

 

이 글쓴이는 국민동의청원과 함께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글을 올려 사건 공론화를 위한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인천 서구에서 경기 김포까지 대리비는 비싸야 2만5000원”이라며 “가해자의 행동으로 고인은 설 명절을 앞두고 황망히 가족의 곁을 떠났다”고 적었다.

 

이어 “(고인은) 평소에도 신호 위반을 하지 않고, 사건 당일 새벽에도 신호를 준수하고 대기 중이었던 죄밖에 없다”며 “착하고 성실한 친구 동생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부디 관심 가져달라”고 전했다.

 

앞서 경찰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와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의사 A(42)씨를 구속했다.

 

A씨는 지난 20일 오전 12시20분쯤 인천시 서구 원당동 한 교차로에서 술을 마신 채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몰다가 오토바이 배달원 B(36)씨를 치어 숨지게 하고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그는 편도 6차로 도로에서 직진하다가 중앙선을 침범했고, 맞은편에서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던 B씨의 오토바이를 들이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인천 모 의원에 근무하는 의사로 병원 직원들과 회식을 하고 귀가하던 길에 사고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이후 B씨는 500m가량 주행하다 파손된 차량을 버리고 도주했으나, 추적에 나선 경찰에 2시간여만인 같은날 오전 2시20분쯤 붙잡혔다. B씨의 검거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069%로 ‘면허정지’ 수준으로 확인됐다.

 

B씨는 1년가량 전부터 배달 대행업체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고 당시에는 햄버거를 배달하던 중이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