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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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 23일 쌀 20포 기부하는 청년 이유 들어보니 “어머니가…”

대전 서구 월평2동행정복지센터엔 ‘23일의 기부천사’가 있다. 매월 23일마다 쌀을 기부하는 기부자에 복지센터 직원들이 붙인 별칭이다. 

 

기부천사가 등장한 건 지난 해 7월. 행정센터에 한 통의 전화가 오면서다. 

익명의 기부자가 지난 17일 대전 서구 월평2동행정복지센터에 기부한 쌀 4㎏ 20포와 떡국떡. 대전 서구 제공

조미숙 주무관은 “작년 7월 센터에 한 남성이 ‘쌀을 기부하려고 하는데 언제가면 되겠냐’는 연락이 왔다”며 “30대로 보이는 청년이 승용차 트렁크에서 쌀 4㎏짜리 20포를 꺼내 센터에 놓고 갔다”고 말했다.

 

기부자는 이름, 나이 등 인적사항을 물어도 묵묵부답. 기부하는 배경을 물어봐도 그저 “어머니가 기부하라고 해서요”라는 말만 할 뿐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기부자는 쌀을 행정센터 로비에 내려놓으면 바로 자리를 뜬다.

 

조 주무관은 “항상 23일쯤에 쌀을 기부하기에 그 쯤이 업무를 마감하는 날인가라는 추측만 한다”며 “쌀 등과 관련한 직업을 하는 건지 등을 물어도 일절 대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3일이 휴일이면 전후 시간을 조정해 꼬박꼬박 기부한다.

 

그는 동지(冬至)나 설 명절 등 특별한 날이 있는 달이면 팥죽이나 떡국 등 별미를 함께 챙겨온다. 어려운 이웃들이 특별한 날에는 그에 맞는 음식을 드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다.

 

행정센터는 인근 취약계층과 독거노인에게 기부받은 쌀을 전달했다. 

 

물품을 지원받은 월평동 한 어르신은 “명절이라 해도 찾아오는 사람도 없는데 때맞춰 떡국떡도 가져다 줘 덕분에 외롭지 않은 명절을 보낼 수 있었다”고 인사를 전했다. 

 

김용묵 월평2동장은 “모두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이렇게 꾸준히 기부를 해주시는 기부자분께 감사드리며 소외되는 이웃이 없도록 도움이 필요한 가구에 잘 전달되도록 힘쓰겠다”라고 말했다.


대전=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