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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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위한 ‘찾아가는 의료서비스’ 가동… 복지의 질 높인다 [지방기획]

부평구, 장기요양 재택의료사업 주목

거동 힘들거나 치매 있는 노인 등 대상
정기적으로 집 방문… 진료·간호 처치

관내 인천평화의원과 손잡고 서비스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 한 팀 구성

의사 30∼40분 대면… 양질의 진료 강점
복지사가 생활·주거 등 영역까지 챙겨

장미소 원장 “살던 공간에서 종합 관리
재택의료사업 추구 궁극적 목표” 강조
#. 인천시 부평구 산곡동에 거주하는 치매·와상 환자 정모(75) 할머니. 기억·언어·판단력 등 여러 영역의 인지 기능이 감소해 일상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 있다. 노인 부부 가구로 남편인 할아버지가 항시 지근거리에서 지키고 있다. 최근 할머니의 엉덩이에 욕창이 생겨 정성껏 수시로 소독했지만 상태는 더욱 나빠졌다. ‘이러다 큰일 나겠다’ 싶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도움을 요청했다. 안타까운 사연에 담당 직원은 곧장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와 연결해주었고, 소속 의사가 가정으로 방문해 상처 치료와 함께 영양제를 처방했다. 부평구는 여기에 더해 할머니의 영양 관리 차원에서 한 끼 식사로도 거뜬한 죽을 제공키로 했다.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의사가 대상자의 집에서 진료를 보고 있다. 부평구 제공

부평구의 찾아가는 의료서비스가 관심을 끌고 있다.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어르신들이 집에서 전문의에게 진료·간호 처치를 받는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이 대표적 우수 사례로 꼽힌다. 구민 호응도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의 관련 공모에 선정되며 중앙부처를 든든한 지원군으로 뒀다.

구는 협약을 맺고 함께 프로젝트를 준비한 인천평화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평화의원과 올해 1월부터 본 일정에 돌입했다.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가 1개 팀으로 구성돼 동시에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이번 정책이 우리나라가 고령화를 넘어 초고령사회를 앞둔 현 시기에 더욱 주목받는 이유다. 인천에서 유일하게 부평에서만 선보여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의사·간호사·사회복지사 원팀 호흡

25일 부평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관내 노인 인구는 8만1584명으로 전체에서 16.6%를 차지한다. 인구에서 65세 이상 비율이 7% 이상인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혼자 사는 홀몸노인은 전체의 4.4%, 1인 가구 10곳 가운데 3곳(27.2%)으로 관심이 필요한 이웃이 적지 않다. 이 같은 사회적 수요에 맞춰 2020년부터 자체적으로 ‘부평형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펼치고 있다. 몸과 마음의 상처뿐 아니라 생활, 주거 등 여러 영역에서 구민들을 살핀다.

인천평화의원 입구에 장기요양기관 최우수 등급 현판이 내걸렸다.

최일선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곳이 인천평화의원이다. 1989년 부평에서 설립돼 30년 넘도록 운영 중이다. (한)의원과 치과, 가정간호사업소를 갖췄다. 2020년부터는 구와 손을 잡고서 방문의료팀이 대상자의 집으로 발걸음하고 있으며 최근 재택의료센터를 개소했다. 이곳 장미소 원장은 “마비가 있거나 수술 직후여서 이동이 힘들고 혹은 치매가 심해 외래할 수 없을 시 대상자로 분류된다. 여기에는 재가 장기요양 1∼4등급도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거동이 불편해 병의원의 문을 두드리기 어려운 장기요양 수급자에게 서비스를 실시하고 추가적으로 필요한 지역 자원도 연계한다. 현장에서 건강과 질병 상태, 안전한 간호 처치 정도를 포괄적으로 평가해 체계적인 관리 계획을 세우게 된다. 한 달에 의사는 1회, 간호사는 2회 이상 정기적으로 들른다. 이 과정에서 사회복지사가 주기적으로 상담하면서 불편한 점이 없는지 꼼꼼히 챙긴다.

이전의 왕진 사업과 비교했을 때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관리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전문적 케어플랜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상당 수준의 목표와 만족도를 달성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대부분이 관절염,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만성 질환을 중복해 가진 데 따른 약물 오남용 우려도 크게 불식시킨다. 평시 외래진료를 다니면서 환자나 보호자 의견으로 과도하게 약이 지급될 수도 있는 반면 재택의료는 실제 상황을 보고서 처방하므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종합적 계획

“보통은 대상자들이 누워 있으므로 머리에서 발끝까지 한번 훑어보면서 다른 아픈 데는 없는지 별도 확인합니다. 옷도 들춰서 피부 짓무름 여부를 알아보고, 호흡이나 심장박동 등 해볼 수 있는 진찰을 다 거치게 됩니다.”

장 원장은 환자의 몸을 눕혀놓고 이곳저곳 들춰 보기에 한계를 지닌 일반적인 외래와 다른 진료 방식이 강점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특히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인 탓에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가족 관계도 미리 파악해 둬 만일의 사고에 대비한다. 이외 실제로 약은 잘 복용하고 있는지도 잔량을 세 간접적으로 알아본다. 다만 건강보험 재원으로 시행되는 진료·치료라 소정의 본인부담금이 있다. 방문 횟수에 따라 의사 5∼30%, 간호사 6∼15%(기초수급자 면제) 수준이 적용된다.

무엇보다 양질의 진료가 이뤄지는 게 최대 장점이다. 짧게 10∼20분, 길게는 30∼40분 대면으로 만나게 된다. 그들의 컨디션을 빈틈없이 체크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병원보다 한층 편안하게 느껴지는 가정이란 장소에서 의사가 집중적으로 관찰하는 과정을 거치기에 질적 측면까지 높아질 수 있다. 가족 구성원에게는 충분한 설명이 더해진다.

장 원장은 “이분이 살던 공간에서 관리를 받으며 결국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가’까지 논의된다”면서 “일종의 삶에 대한 종합적인 플랜을 제시하는 게 이번 장기요양 재택의료사업이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라고 강조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센터가 부평에 위치한 여건으로 인해 다른 지역까지 돌보기 역부족이란 점이다. 이에 조속히 알찬 성과를 올려 인근 지자체 병의원으로 이웃을 보듬는 ‘사랑 바이러스’ 훈풍이 불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렇게 되면 아픈 노인들이 집에서 진료받고 나을 수 있는 환경이 인천 전역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 차준택 인천 부평구청장 “자생적 돌봄 생태계 구축…구민과 함께 노력해갈 것”

 

“돌봄 대상자에게 다양한 복지·의료 혜택을 제공하고, 더 나아가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자생적 생태계가 구축되도록 할 것입니다.”

 

차준택(사진) 인천 부평구청장은 25일 인터뷰에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위기를 조기 극복하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구가 어려운 이웃들의 삶 속으로 뛰어들어 도움의 손길을 내밀게 된 시작은 2020년 3월부터다. 당시 행정안전부의 ‘주민생활현장 공공서비스 연계 강화’ 공모로 마중물 예산을 확보했고, 같은 해 하반기부터 ‘부평형 돌봄망 구축’ 프로젝트를 서둘러 가동했다. 이어 지난해 종합계획 수립과 동시에 본격적인 연계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차 구청장은 “기존 복지정책과 내 희망복지지원팀의 통합돌봄팀 전환에 더해 사례 관리와 융합으로 업무 효율성을 더욱 향상했다”면서 “특히 관내 22개 동 행정복지센터에 맞춤형복지팀을 꾸리고 전담 창구도 갖췄다”고 강조했다.

 

당초 2021년 10월 각 행복센터에 배치할 간호 인력 22명을 선발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현재 2개 동을 제외한 인력이 보건소에서 감염병 업무를 담당 중이다. 구는 코로나19의 확연한 진정세가 예상되는 3월쯤 이들의 재배치를 검토하고 있다.

 

민관 네트워크 구축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차 구청장은 “부평·산곡·청천·갈산·삼산·부개·십정 등으로 분류한 7개 권역은 복지관이나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주축의 헤드쿼터를 통해 공공과 민간 그리고 일선 경제 조직이 유기적 소통을 가진다”며 “통틀어 200여곳의 기관·단체가 자발적으로 후원 중”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우선적으로 안정적인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민관 협력 체계와 복지자원 플랫폼, 통합돌봄망 강화 등 분야를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외 일상에서는 ‘따뜻한 동행 이동지원’을 비롯해 100세 건강교실, 가정에만 머물러 있는 가구에 영양죽 전달 등이 호응도가 높다. 또한 팀 기반 방문의료, 착한 집 만들기도 눈에 띈다. 차 구청장은 “참여와 나눔으로 더불어 사는 따뜻한 도시를 모든 구성원이 누리게 부평구민과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인천=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