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의 끝자락부터 시작된 올 겨울 들어 가장 강력한 추위가 전국을 강타했다. 도로 곳곳에 빙판길이 생기면서 교통사고는 물론 낙상사고, 한랭 질환 등으로 인한 사망사고까지 발생했다.
따라서 이 같은 한파를 무릅쓰고 무턱대고 겨울 산행이나, 캠핑, 얼어붙은 강이나 호수에서 텐트를 치고 잠을 자는 빙박 등을 떠난다면 동상에 걸려 고생할 수 있다.
특히 동상은 최악의 경우 손상된 부위를 절단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25일 질병관리청의 ‘한랭 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운영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1일부터 지난 18일까지 한랭 질환으로 신고된 인원은 251명이다. 동상(27.8%)은 저체온증(69%) 다음으로 가장 많았다.
동상은 낮은 기온에 몸이 노출돼 코‧귀‧뺨‧손가락‧발가락 등 신체 부위가 얼어 조직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초기에는 피부가 붉어지고 통증, 저림이 있다가 증상이 악화하면 감각이 없어지고 물집이나 부종이 생긴다. 최악의 경우 손상된 부위를 절단해야 할 수 있어 즉시 대처해야 한다.
동상에 걸리면 의료기관을 빠르게 찾는 것이 원칙이다. 추위에 손상된 부위가 감각이 없어지면 우선 따뜻한 환경으로 옮겨 젖은 신발이나 의류는 교체하고, 혈액순환에 방해가 되는 액세서리는 빼야 한다. 또 동상 부위를 따뜻한 물(39~42℃)에 담근 채 붉은 기가 돌아올 때까지 20~40분 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동상 부위를 문지르고 주무르는 것은 얼음 결정이 세포를 파괴할 수 있어 금물이다.
고려대 구로병원 응급의학과 윤영훈 교수는 “동상 부위를 얼음으로 비비는 것도 조직 손상이 심해지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체온증은 정상체온을 유지하지 못하고 체온이 35℃ 미만으로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 추위에 장시간 노출돼 발생하지만, 내분비계 이상, 특정 약물 사용, 물에 젖은 상태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저체온증은 초기 온몸, 특히 팔과 다리의 심한 떨림이 발생하고 체온이 더 떨어지면 발음이 부정확해지고 기억력과 판단력, 균형감각이 떨어진다. 심할 경우 혈압이 떨어지며 의식을 잃기도 한다.
윤 교수는 “저체온증 환자는 119에 신고해 병원으로 옮기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따뜻한 곳으로 옮겨 젖은 옷을 벗기고 담요나 침낭으로 감싸주고 겨드랑이, 배 위에 핫팩이나 더운 물통 등을 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겨울철 여행을 떠날 때는 모자, 귀마개, 마스크, 장갑 등으로 신체 노출을 최소화하고 방수 기능이 있는 복장과 신발을 착용해야 한다. 눈이 많이 쌓인 산에 갈 경우 신발 속으로 눈이 들어오지 않도록 종아리 부분을 감싸주는 등산용 방수 신발인 '스패츠'를 착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한 춥다는 이유로 너무 두꺼운 양말을 신기보다는 땀 배출이 잘 되는 재질을 선택해 신발 속 습도를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발이나 양말이 젖었다면 가급적 빨리 말리거나 갈아 신어야 한다.
한랭 질환을 예방하려면 과도한 음주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 술을 마시면 체내에서 알코올이 분해되면서 일시적으로 체온이 올라간다. 하지만 알코올이 혈관을 확장시켜 열이 피부를 통해 다시 발산되기 때문에 체온이 35℃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
대동병원 지역응급의료센터 박영민 과장(응급의학과 전문의)은 “해마다 1∼2월은 새해의 기운을 얻기 위해 신년맞이 산행을 하거나 겨울방학 등을 이유로 겨울 여행을 나서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시기”라면서 “산에 오르기 전 복장 등을 갖춰 입고 응급 상황에 따른 대처법도 익히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