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발생한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 사건은 ‘철통경계’를 강조하던 군의 대비 태세에 큰 허점이 있다는 것을 드러냈다. 육·해·공군이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합동작전을 펼쳐 적을 제압한다는 ‘합동성 원칙’도 무인기 대비 및 대응 과정에서는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다. 북한 무인기 위협에 대한 인식 전환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대목이다.
◆9년 전 사건 반복 “달라진 게 뭔가”
군 당국은 2014년 경기 파주시·인천 백령도 등에서 북한 소형무인기가 발견됐을 때, 다양한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북한 소형무인기가 대통령 경호를 위해 설정한 비행금지구역(P-73)에 들어온 뒤 북쪽으로 돌아가는 것을 저지하지 못했다. 육군의 첨단 장비인 AH-64E 공격헬기와 공군 전투기까지 투입하며 요격 작전을 벌였지만, 격추에 실패했다.
26일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실의 검열 결과에 따르면, 이 같은 결과는 예견된 것이었다. 합참 통제 하의 방공 관련 실질적인 훈련이 없었고, 그나마도 실제 소형무인기와는 크기·속도 등에서 차이가 큰 500MD 헬기를 활용했다. 훈련간에는 모의 항적 경로를 사전에 공지하기도 했다. 북한 무인기가 갑작스레 침투하는 상황에 대한 대응 능력을 높이기에는 적절치 않은 모습이었다.
육군과 공군의 합동훈련도 부족했다. 육군 지상작전사령부와 일선 군단이 훈련할 때 공군 등의 전력이 참가하는 것은 상당한 제한을 받았다. 이로 인해 실질적 차원의 합동훈련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했다. 휴전선 일대에 다양한 종류의 탐지자산이 배치되어 있지만, 소형무인기를 포착할 수 있는 것은 국지방공레이더 등 일부에 불과했다.
같은 육군 부대 간 상황 공유 체계에서도 허점이 드러났다. 무인기를 처음 포착한 1군단의 국지방공레이더가 포착한 항적은 방공지휘통제경보체계(방공C2A)를 통해 항공작전 컨트롤타워인 공군 중앙방공통제소(MCRC) 등에도 빠르게 연동될 수 있다. 하지만 1군단과 인접한 수도방위사령부와는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군은 뒤늦게 1군단과 수방사 간 정보 연계 조치를 취했지만, 2014년 북한 무인기 침투 사건 당시 군이 약속했던 것과 달리 북한 무인기 대응 태세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군 “대응 태세 강화”… ‘인식 전환’ 목소리도
군은 북한 무인기 침투 사건 직후 작전 개념을 재정립하고 전력을 재배치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합참 통제하에 전 부대가 참여하는 합동방공훈련을 ‘반기’에서 ‘분기’ 단위로 변경해 횟수를 늘린다. 가상적기는 2∼3m급 소형무인기로 대체하고, 다수 군단·작전사령부의 가용전력을 통합 운영하는 실질적 훈련을 하겠다고 밝혔다.
북한 소형무인기 탐지 및 타격 체계 간 표적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고, 전방 지역은 비(非)물리적 타격 체계를 신속히 보강한다. 북한군이 침투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에 탐지·타격 통합 체계를 구축하며, 공군 기지를 포함한 주요 지역에도 탐지·식별·타격 체계를 통합한 방어 태세를 구축하기로 했다. 소형무인기 감시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국지방공레이더 운용 장소를 조정하는 한편 안티드론 통합체계, 기동형 드론탐지 재밍(전파교란) 시스템 등을 포함한 대응 전력을 새로 배치한다. 신형 대공포의 작전 배치를 조정하며, 공중타격 전력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장비 보강 못지않게 북한 무인기의 위협 수준을 정확히 평가, 군 내 인식을 바꾸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과거 무인기 침범 때도 탐지 장비를 보완하고 훈련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지금도 기술 탓을 하고 있고 훈련도 무인기가 아닌 헬기를 표적으로 띄우지 않았나”라며 “무인기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실전적인 전술을 개발해야만 (군의 대책이) 공염불로 끝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