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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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태교 여행 중 대마흡연이라니… 어쩌다 이 지경까지

대마초를 상습적으로 피우고 지인들과 사고판 재벌가 2·3세 등 20명이 어제 검찰에 적발됐다. 남양유업과 고려제강, 한일합섬 창업주의 손자, 효성그룹서 분리된 DSDL의 이사 등 부유층과 전직 경찰청장의 아들, 미국 국적 가수, 연예기획사 대표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알음알음 인맥으로 대마를 은밀하게 거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9월 재벌 3세인 대마 알선책 1명에 대한 경찰의 구속송치로 끝날 뻔한 사건을 검찰이 보완수사로 실체를 파악했다고 한다.

한때 대마 흡연이 일부 연예인과 유학생 사회의 문제로 여겨졌으나 요즘엔 전문직 종사자, 직장인, 주부까지 손을 댈 정도로 심각하다. 지난해 경찰이 압수한 대마초는 67.7㎏으로 전년보다 37.2%나 늘었다. 대마 씨앗 압수량만도 2021년의 7.64배인 335.3㎏에 달한다. 우리 사회에서 대마 수요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대마가 다른 마약류에 비해 가격이 싸고 중독성이 약하다 보니 누구든 쉽게 유혹에 넘어갈 수 있다. 일부 국가의 대마 합법화도 상대적으로 죄의식을 덜 느끼게 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이번에 적발된 이들 중 임신한 아내와 ‘태교 여행’을 하던 중 대마를 흡연한 이가 있는 데서 보듯 중독성과 의존성이 가볍지만은 않다. 호기심에 접한 대마에서 필로폰, 코카인, 헤로인 등 더욱 강한 마약으로 넘어가는 건 시간 문제다.

우리 일상 속으로 마약이 깊숙이 들어온 지 오래됐다. 마약청정국 지위를 내놓은 지가 수년 전이다. 청소년들도 마음만 먹으면 소셜미디어(SNS)나 다크웹을 통해 마약을 손에 넣을 수 있다. 효과가 좋은 만큼 의존성도 매우 강한 진통제 펜타닐은 환자처럼 꾸며 병원 처방전으로 합법적 구매가 가능하다. 마약 거래가 ‘던지기 수법’ 등으로 교묘해져서 단속에 구멍이 숭숭 생기고 있다. 약물 합성을 통한 신종마약이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 나오는데 당국 대응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마약은 개인의 몸과 마음뿐 아니라 가족과 사회까지 병들게 하는 극약이다. 다행히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검찰과 경찰이 ‘마약과 전쟁’을 벌이고 있으니 완전히 추방하겠다는 비상한 각오로 부단히 노력해 주길 기대한다. 강력한 단속 및 처벌과 더불어 마약사범의 재범을 막기 위한 치료와 재활에도 소홀함이 없어야겠다. 청소년 교육과 대국민 홍보 같이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