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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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새 대통령에 前 참모총장 당선… '나토·서방의 승리'

나토 군사위원장 지낸 페트르 파벨 예비역 대장
뚜렷한 '親나토·親서방' 노선… 젤렌스키 "축하해"
2016년 방한 당시 "韓·나토 군사협력 확대" 강조

동유럽 체코에서 참모총장 출신 대통령이 탄생했다. 마침 그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군사위원장을 지냈고 또 미국, 영국 등 서방에 친숙한 인물이란 점에서 ‘나토·서방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와 싸우는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나토의 ‘단일대오’가 한층 더 강력해졌다는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일 만하다.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 당선인이 나토 군사위원장이던 시절 모습. 체코군 육군 대장의 정복 차림이다. 뉴스1

28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체코 대통령을 뽑는 결선투표에서 무소속 페트르 파벨(61) 후보가 58.3% 득표율로 41.7%에 그친 야당 후보 안드레이 바비시(68) 전 총리를 꺾고 당선을 확정지었다. 2주일 전 1차 투표 때만 해도 파벨과 바비시가 각각 35.39%, 35%로 박빙 승부를 펼친 점을 감안하면 결선투표를 앞두고 부동층(浮動層) 유권자 대부분이 파벨 쪽으로 기울었다는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파벨은 체코 육사 출신의 예비역 육군 대장으로 전형적인 군인 스타일이다. 체코군에서 특전사령관을 지내고 4성장군이 되어 군 최고위직인 국방참모총장(우리 합참의장 해당)까지 올랐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15년에는 나토 군사위원회에 진출해 위원장을 맡아 2018년까지 재임한 뒤 전역했다.

 

나토 군사위원회는 나토 회원국들 군대의 수뇌부로 구성된 기구다. 위원장은 나토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북대서양위원회(NAC)에 군사적 문제에 관한 조언을 하고, 또 나토군 사령부에 전략과 전술 등 지침을 하달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는 네덜란드 출신의 로브 바우어 해군 대장이 나토 군사위원장을 맡고 있다.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 당선인이 2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장에 도착하고 있다. 왼쪽은 부인 에바 파벨. 프라하=AFP연합뉴스

이번 대선에서 파벨은 선명한 친(親)나토·친서방 노선을 주장했다. 체코는 1990년대 초 냉전 종식과 소련(현 러시아) 해체 후 자유민주주의 정치제도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받아들였으나, 체제 전환 후 30년가량 흐르며 사회주의에 대한 향수가 고개를 들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서방 일변도의 외교·군사정책에서 탈피해 러시아, 중국 등과 가까워지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밀로시 제만 현 대통령, 그리고 이번에 대선 경쟁자였던 바비시 전 총리 등이 이런 흐름을 대표하는 인물들이다. 이날 대선 결과가 전해진 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파벨 후보 승리를 축하한다. 앞으로 밀접한 협력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파벨은 체코군 복무 시절 나토, 그리고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의 자국 대사관에서 무관으로 일한 경험이 있다. 영국 킹스칼리지에서 유학하고 중동 지역을 관할하는 미국 중부사령부에 파견돼 근무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체코가 서방과 가까워지는 것, 또 나토와 EU의 일원으로 남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체득했다는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 당선인이 나토 군사위원장이던 2016년 한국을 방문해 국방대학교에서 특강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파벨은 한국과도 인연이 남다르다. 나토 군사위원장으로 재직하던 2016년 5월 한국을 찾아 우리 국방장관, 합참의장과 만나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둘러봤으며 국방대학교에서 특강도 했다. 나토 군사위원장의 방한은 처음 있는 일이라 국내 언론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당시 그는 나토와 한국의 실질적 군사협력 확대를 강조했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데 이어 브뤼셀에 주(駐)나토 대표부를 신설하는 등 나토와의 교류·소통을 대폭 강화한 바 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