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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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공수사지원단 신설, 경찰 한계 보완하되 부작용 없어야

정부가 내년 1월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을 앞두고 국정원에 관련 수사지원 조직을 만들어 경찰과의 공조를 이어가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경험 있는 전직 요원을 특별 채용해 대공수사지원단을 꾸려 경찰, 검찰과 3각 공조를 하도록 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고 대통령실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현재도 국정원과 경찰이 대공수사 공조체제를 갖추고 있지만, 수사권 이관 후에도 국정원 첩보 역량을 활용하는 협업시스템을 구축해 공백을 막자는 취지다. 이렇게 되면 국정원이 대공수사에 관여할 최소한의 장치가 마련된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정원법 재개정을 통한 대공수사권 존치가 불가능한 현실을 감안한 고육지책이다. 대공수사의 특수성과 엄중한 안보 현실을 고려하면 정부의 우려는 당연하다.

사실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국정원 대공수사권 박탈 시도로 간첩들이 판치는 세상이 된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최근 불거진 간첩단 사건에서도 보듯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자들은 수년간 캄보디아 등 해외에서 북한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랫동안 구축한 해외 방첩망을 갖춘 국정원이 아니고는 전모를 캐기가 쉽지 않다. 경찰로선 한계가 분명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6일 여당 지도부 오찬에서 “(대공 수사는) 해외 수사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국내 경찰이 전담하는 부분에 대해 살펴봐야 할 여지가 있다”고 말한 이유일 게다. 야당이 정부 방침을 두고 “반헌법적 시도”라며 반발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쟁 도구로 삼을 게 아니라 안보에 도움이 되도록 보조를 맞춰야 하는 게 맞다.

경찰은 지난해부터 대공수사 인력을 양성해 왔고, 여기에 국정원이 수집한 해외정보를 활용하면 간첩 수사에 허점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지난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통해 경찰 수사권이 강화됐지만 늑장·지연 수사가 늘어나 오히려 국민불편만 가중되고 있지 않나. 수사권 이관을 고집 피울 처지가 아니다. 국정원 책임도 없지 않다. 업무 이관 3년 유예기간에 경찰의 수사력 향상을 위해 얼마나 도움을 줬는지 의문이다. 과거 국정원은 대공수사 과정에서 인권 탄압이나 정치개입 논란을 부른 사례가 작지 않다. 대공수사를 빙자한 무분별한 도·감청과 간첩 조작 사건 등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지원단을 만들더라도 이런 흑역사를 반복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