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실어 나르는 무릎에
혼자 흔들리며 간다
흰 점 찍는 망초꽃도 간다
네 얼굴 그리며 간다
미안해서 전하지 못한
고맙다는 인사 건네지 못한
얼굴 그리며 간다

독자가 누구인지도
시인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흰 백지에 활자들을 한 점 한 점 소중하게 찍으면서
저는 지금까지 달려왔습니다.
활자들은 제 안에서 시꽃이 되어 활짝 피기를 소원했고
나비가 된 활자들이 이 꽃 저 꽃 사이로 날아다니며
멀리 날갯짓하기를 기원했습니다.
오 년 육 개월 동안 시꽃들이 독자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숨 고르기 할 때가 되었습니다.
미안해서 전하지 못한 시꽃들, 고맙다 인사 못한 시인들과
오랜 시간 함께 했던 원은희 화가,
마음과 마음 사이를 날아다니던 독자들의
얼굴을 그리며 갑니다.
훗날, 망초꽃이 흔들리면 흰 점 하나 정성스레 찍으며 간
시와 시인들과 그림을 기억해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