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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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산의마음을여는시] 인사

박소영

오늘 실어 나르는 무릎에

 

혼자 흔들리며 간다

 

흰 점 찍는 망초꽃도 간다

 

네 얼굴 그리며 간다

 

미안해서 전하지 못한

 

고맙다는 인사 건네지 못한

 

얼굴 그리며 간다

독자가 누구인지도

시인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흰 백지에 활자들을 한 점 한 점 소중하게 찍으면서

저는 지금까지 달려왔습니다.

활자들은 제 안에서 시꽃이 되어 활짝 피기를 소원했고

나비가 된 활자들이 이 꽃 저 꽃 사이로 날아다니며

멀리 날갯짓하기를 기원했습니다.

오 년 육 개월 동안 시꽃들이 독자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숨 고르기 할 때가 되었습니다.

미안해서 전하지 못한 시꽃들, 고맙다 인사 못한 시인들과

오랜 시간 함께 했던 원은희 화가,

마음과 마음 사이를 날아다니던 독자들의

얼굴을 그리며 갑니다.

훗날, 망초꽃이 흔들리면 흰 점 하나 정성스레 찍으며 간

시와 시인들과 그림을 기억해 주시길


박미산 시인, 그림=원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