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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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나면 치솟는 먹거리 물가… 서민들 “장보기가 겁나요”

서울시내 대형마트 르포

과일·육류·생선 등 식료품값 급등세
아이스크림·음료 등 가공식품 줄인상
식사대용 빵·시리얼도 2월 인상 예고
“제반 비용 올라… 물가상승 계속될 듯”

지난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한 대형마트는 주말을 앞두고 장을 보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50대 주부 A씨는 3개에 4990원 하는 다다기오이 한 봉지를 장바구니에 넣고 하나를 더 살까 말까 망설였다. A씨는 “오이 6개가 만원이면 물가가 오르긴 많이 올랐죠. 이 돈이면 더 보태서 고기를 살까 하다가도 가격이 더 오를 수도 있을 것 같아서…”라며 오이를 집어 들었다.

 

이웃에 살아서 함께 장을 보러 왔다는 60대 자매는 각각 6개에 만원씩 하는 천혜향과 레드향을 함께 사서 반씩 나누고 있었다. 이들은 “물가가 계속 오르니까 자주 와서 조금씩 사는 편”이라고 했다. 판매원 B씨는 “마트에서 파는 것들은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먹어야 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물가가 올랐다고 갑자기 손님이 줄거나 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신선도가 약간 떨어진 세일상품이나 두부, 콩나물 같은 활용도가 높은 식재료가 잘 팔린다”고 전했다.

30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새해 들어 식품·가공 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잇따라 인상해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올해에도 연초부터 식품 가격 인상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재료값뿐 아니라 인건비, 물류비, 전기·가스 요금까지 치솟으면서 먹거리 물가가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는 30일 서울 중구의 한 대형마트를 찾아 장바구니를 채워봤다. 제철을 맞은 딸기가 500g 한 팩(9990원), 삼겹살 약 한 근인 556g(1만8848원), 고등어 1손(4990원), 두부 600g 1번들(5180원), 콩나물 200g(1950원), 동물복지 계란 1판(1만5990원), 양파 1.5㎏(5490원), 깐마늘 300g(4990원), 된장 1㎏(8990원), 라면 5입 1개(4100원), 스틱 커피 100입 1개(1만6480원), 우유 1ℓ (2870원), 캔맥주 355㎖ 6개입 1개(8640원)이다. 13개 품목에 모두 10만8508원이 나왔다. 2인 가구 기준 약 일주일을 먹을 양이다. 이 마트에서는 삼겹살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가격이 10%가량 올랐고 양파의 경우 55%나 상승했다.

 

2월이 되면 아이스크림과 과자, 간편하게 식사를 대신하는 빵과 시리얼을 비롯해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가격도 줄줄이 오른다.

빙그레의 대표 아이스크림인 메로나 가격은 일반 소매점 기준으로 1000원에서 1200원으로 오른다. 메로나는 지난해 2월까지 800원이었지만 1년 새 1.5배나 가격이 상승하게 됐다. 샌드위치 브랜드 써브웨이는 15㎝ 샌드위치 17종과 30㎝ 샌드위치 등 총 34종 샌드위치 판매 가격을 평균 9.1% 올린다. 파리바게뜨도 95개 품목 가격을 평균 6.6% 인상한다. 롯데리아는 불고기버거와 새우버거의 단품 가격이 4500원에서 4700원으로 변경되는 등 햄버거 가격이 평균 5.1% 오른다. 농심켈로그의 콘푸로스트, 첵스초코 등 시리얼 제품 가격도 10% 안팎으로 인상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 각종 제반 비용이 모두 올랐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당분간은 이 같은 물가 상승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물가를 시장논리에 맡기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가을 먹거리 가격이 뛰자 물가 안정을 위해 식품 가격을 예의주시하며 매일 모니터링하겠다고 했지만, 별다른 언급이나 조치는 없었다.


박미영 기자 mypar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