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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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에 문 연 은행… 고객들 "좋다" 금융노조는 반발

1년 반 만에 영업시간 정상화

직원들 9시 이전 출근 개점 준비
시민들 “원래대로 돌아와 좋다”
금융노조 반발… 법적 대응 예고

코로나19 사태로 단축 영업을 이어온 은행권이 약 1년 반 만에 영업시간을 원래대로 되돌리고 30일 오전 9시에 일제히 고객을 맞이했다. 정상화 첫날 기존보다 늘어난 영업시간에 고객이 몰리는 등의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사측의 영업시간 정상화에 반발해 온 노조는 법적 대응 방침을 내놓으면서도 물리적 대응이나 마찰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은행 영업 시작 시간이 기존 오전 9시30분에서 9시로 복원된 30일 서울의 한 은행 영업점에 영업시간 변경을 알리는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뉴스1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을 포함한 주요 시중은행과 산업·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은 이날 오전 9시 영업을 시작했다. 사용자 측은 외부 법률 자문을 거쳐 실내 마스크 의무가 해제된 뒤라면 노사 합의가 없어도 영업시간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해석을 얻었고, 이날부터 영업시간을 기존 ‘오전 9시 반∼오후 3시 반’에서 ‘오전 9시∼오후 4시’로 되돌렸다. 2021년 7월12일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과 함께 은행권 영업시간이 한 시간 줄어든 이후 1년 6개월여 만이다.

앞서 전국금융산업노조(금융노조)는 영업시간 정상화에 반발해왔으나, 일단 대부분의 시중은행 지점 직원들은 9시 이전 출근해 개점을 준비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장 붐비는 서울 시내 지점에 오전 9시∼9시 반에 10명 정도의 고객만 오는 등 혼란은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이날 서울 중구의 A은행 지점에선 오후 3시30분 이후에도 5명의 고객이 방문해 통장 개설·예금 등의 업무를 봤다. 조모(52)씨는 “오늘부터 오후 4시까지 영업한다는 걸 뉴스를 통해 보고 시간 맞춰 왔다”며 “창구업무를 볼 일이 많은데, 영업시간이 원래대로 되돌아와서 좋다”고 말했다.

노조는 영업시간 정상화와 관련해 사측과의 물리적 충돌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이날 ‘은행 영업시간 문제에 대한 입장’ 기자간담회에서 “창구 직원들이 고객과 이 문제를 갖고 충돌·마찰을 일으키거나, 각 지부의 노조 간부들이 사용자들과 물리적 충돌을 빚지 말 것을 권고하는 공문을 지난주 금요일 발송한 바 있다”고 말했다.

전국금융산업노조 박홍배 위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중구 노조 회의실에서 이날부터 시행된 시중은행 단축 영업 종료, 오전 9시∼오후 4시까지 영업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노조는 사측의 영업시간 정상화가 노사 합의 사항을 위반한 것이라며 법적 조치에 착수하기로 했다. 노조는 합의 위반에 따른 업무방해 혐의로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등을 경찰에 고소하고, 이후 권리 침해 사실 데이터가 쌓이면 가처분 신청도 진행할 계획이다. 박 위원장은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이후 영업시간 단축 여부’가 지난해 산별중앙교섭에서 완전한 결론에 이르지 못한 채 ‘노사공동 태스크포스(TF) 구성을 통해 성실히 논의한다’고 했으면, 논의의 결론이 날 때까지 영업시간 환원이 유보돼야 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주장했다.


이강진·이병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