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까지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교육·돌봄 격차를 해소하고, 2025년부터 두 기관을 통합한 ‘제3의 기관’을 운영하는 등 유아교육·보육체계 통합(유보통합)을 본격 시행한다. 기관별로 차이가 있는 만 3∼5세(한국 나이 5∼7세) 가정의 부담금도 2026년까지 최소화하고,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교사 양성체계도 통합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유치원 교사들이 어린이집 보육교사와의 통합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실제 통합 추진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유보통합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현재 만 3∼5세가 다니는 기관은 어린이집(보건복지부)과 유치원(교육부)으로 나뉘는데, 두 기관은 지원 금액과 시설 기준, 돌봄 시간, 교사 자격 등이 달라 취학 이전부터 교육·보육 격차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교육부는 우선 내년까지 어린이집과 유치원 격차 해소에 집중해 통합 기반을 마련한다. 특히 만 3∼5세 가정이 부담하는 교육·보육비 부담을 대폭 경감해 비용 격차를 줄인다는 방침이다. 현재 어린이집·유치원에 다니는 만 3∼5세에게는 1인당 월 28만원의 누리과정(만 3∼5세 교육과정) 지원금이 지원된다. 공립유치원은 추가 부담금이 거의 없지만, 사립유치원은 월평균 13만5000원, 어린이집은 5만6000원을 추가 부담하는 등 지역·기관에 따라 가정에서 부담하는 금액에 편차가 있다. 교육부는 2024년 만 5세를 시작으로 2025년 만 4세, 2026년 만 3세까지 지원금을 늘려 추가 부담금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유치원 2800∼3435원, 어린이집 2500원으로 차이가 있는 급식비 지원 단가를 동일한 수준으로 맞추고, 어린이집보다 짧은 유치원의 돌봄 시간을 늘린다. 공립유치원 교사보다 열악한 보육교사와 사립유치원 교사에 대한 처우개선비도 단계적으로 인상할 예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선도교육청 3∼4곳을 선정해 자체적으로 관내 기관 격차 해소에 나설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선도교육청 사례를 분석해 새 통합기관 모델 수립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2025년에는 어린이집 관리체계를 교육부로 일원화하고,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장점을 녹인 ‘제3의 기관’을 운영하는 등 유보통합을 본격 시행한다. 2026년에는 교사 양성체계까지 통합하고, 새 시설 기준과 교육과정을 적용하는 등 유보통합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는 교사 처우 개선에 연간 6000억원, 시설 격차 해소에 8000억원 등이 투입돼 2026년 이후 매년 2조1000억∼2조6000억원의 재정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방 교육재정이 향후 5년간 매년 5조6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돼 재원 부족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31일 이 부총리를 위원장으로 한 유보통합추진위원회를 출범하고, 구체적인 통합 방안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추진위를 도울 실무기구인 유보통합추진단도 교육부 내에 설치한다. 추진단장은 복지부 국장급이, 기획지원관은 교육부 국장급이 맡는다. 이 부총리는 “어느 기관이든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교육과 돌봄을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런 계획이 실제 추진되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가장 큰 걸림돌은 교사 통합이다. 유치원 교사는 대학에서 유아교육 등을 전공하고 유치원 정교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고, 국공립유치원 교사는 임용시험도 치러 경쟁률이 높다. 반면 어린이집 교사는 학점은행제를 통해 자격증을 딸 수 있어 유치원 교사보다 진입 장벽이 낮고, 급여도 적다. 유치원 교사들은 어린이집 교사와의 통합이 ‘역차별’이라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유보통합 논의가 30년 가까이 진전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교육부는 이날 교사 통합 계획은 밝혔으나 계획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은 내놓지 못했다. 교육계 관계자는 “이번 계획에 가장 큰 난관에 대한 대책은 빠져 있다”며 “교사 반발을 가라앉히는 것이 유보통합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