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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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벗기 민망" "수칙 달라 혼란"… 여전한 마스크 착용

실내 의무 해제 첫날

“다들 쓰고 있어 혼자 안 쓰자니 민망”
“기관마다 수칙 달라서 혼란” 하소연

“친구들 표정 볼 수 있어 좋아” 웃음
“마기꾼으로 놀림받을까 봐 안 벗어”
정기석 “5월쯤 마스크 완전 해제”

WHO, 코로나 비상사태 유지 결정

“실내에서는 마스크 자율 착용을 권고하고 있지만 의심증상이 있는 경우 등은 마스크 착용을 강력 권고합니다.”

 

정부가 30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부분해제하면서 2020년 10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도입된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가 27개월여 만에 사라지게 됐다. 일반 상황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없어진 이날 시민들 반응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마스크를 어디서 써야 하고, 벗을 수 있는지를 둘러싼 혼선도 적지 않게 일었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30일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실내 마스크 자율 착용 권고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스1

이날 서울 강서구 한 대형마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장을 보던 박은혜(37)씨는 취재진과 만나 “마스크를 쓰지 않아 좋지만, 나만 안 쓰고 있어서 민망하다”고 말했다. 대부분 시민이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 자신 혼자만 벗기가 애매하다는 말이었다. 직장인 김대진(41)씨 또한 “다들 마스크를 쓰고 다니니까 눈치가 보여서 마스크를 쓰게 됐다”며 “사람들 30% 정도는 벗고 있어야 벗기 시작할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감염이 우려돼 마스크를 착용한다는 이들도 상당수였다. 이날 서울역 대합실에서 열차를 기다리고 있던 이희곤(74)씨는 “나는 나이가 많아서 고위험군에 속한다. 마스크 의무 해제로 모든 사람이 방심할 때니까 오히려 코로나19 감염에 더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분간은 계속 KF94 마스크를 쓸 계획이라고도 했다.

 

직장인 한정헌(28)씨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있으니 사람들과 모여 있을 때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회사에서도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은 딱 한 명 봤다”고 설명했다.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도 마스크 착용 해제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서울 광진구 광장초등학교에서 만난 양서희(13)양은 “마스크를 쓰지 않으니 코로나19가 끝난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독감이 옮을까 걱정도 되지만 친구들이랑 마스크를 벗고 쉬는 시간에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게 제일 기대된다”고 기뻐했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김모(13)군도 “그동안 대화할 때 친구들 입 모양과 표정을 볼 수가 없어서 공감하기 어려웠다”며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사실을) 친구들에게 알려줄 것”이라고 웃었다.

 

일부 학생은 마스크를 벗은 모습이 어색하다는 이유로 앞으로도 계속 마스크를 쓰고 있겠다고 말했다. 이날 마스크를 착용하고 등교한 최가인(13)양은 “아직 마스크 벗고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친구들도 있다”며 “‘마기꾼(마스크+사기꾼)’이라는 표현으로 놀림받을까 봐 걱정돼 마스크를 안 벗으려는 친구가 많다”고 말했다.

마스크 쓰고 수업 듣는 어르신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첫날인 30일 서울 마포구 일성여자중고등학교에서 만학도들이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듣고 있다. 이날부터 학교 교실에서의 마스크 착용이 의무에서 권고 사항으로 바뀌었지만, 60대 이상 고령층이 다수인 일성여중고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받았다. 뉴스1

일각에서는 기관마다 마스크 수칙이 달라서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자녀를 둔 김모(40)씨는 “학원마다 마스크 관련 지침이 다 다르다고 해서 아이가 다니는 학원들에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당분간은 아이에게 마스크를 씌워줄 것”이라고 말했다. 마스크 착용 기준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신영(25)씨는 “영화관과 헬스장에서는 마스크를 벗어도 되는데 KTX에서 써야 하는 게 이상하다. 밀폐된 공간에서 비말이 튀는 건 똑같지 않냐”고 반문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30일(현지시간) 코로나19를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공중보건 비상사태는 WHO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공중보건 경계 선언이다. 앞서 WHO는 2020년 1월 코로나19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WHO는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이어지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인플루엔자 등이 조기 발생하면서 의료 시스템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유지 이유를 설명했다.

정기석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 겸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 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실내마스크 의무착용 조정 및 고위험군 행동요령 등 코로나19 중대본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한편 정기석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 겸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가) 2단계까지 가서 우리가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하지 않아도 되는 때는 아마 5월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1단계 해제와 관련해선 “마스크 착용 의무가 없어진 장소라 하더라도 고령층 등 코로나19 고위험군, 3밀(밀폐·밀집·밀접) 환경 등에선 마스크를 적극적으로 착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조희연·박유빈·이지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