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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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이 극찬한 ‘챗GPT’에 “현재 대통령 누구” 물었더니 “문재인”

美 비영리 연구소 ‘오픈AI’가 개발한 인공지능 챗봇 ‘챗GPT’
윤석열 대통령, 최근 신년 업무보고 자리에서 “훌륭하다” 극찬
기자가 챗GPT에 “현재 대한민국 대통령 누구?” 물으니 “문재인”…2021년 데이터 기준
미국의 비영리 연구소 ‘오픈AI’가 개발해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행정안전부 등 신년 업무보고 자리에서 극찬했던 인공지능(AI) 챗봇 ‘챗GPT’가 31일 기자의 “현재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현재 대한민국 대통령은 문재인”(위에서 첫 번째 빨간 밑줄)이라고 답했다. 챗GPT 화면 캡처

 

“Who is the current president of south korea?(현재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누구인가?)”

 

“Moon Jae-in is the current president of south korea.(현재 대한민국 대통령은 문재인입니다)”

 

미국의 비영리 연구소 ‘오픈 AI’가 개발해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행정안전부 등 신년 업무보고 자리에서 극찬했던 인공지능(AI) 챗봇 ‘챗GPT’가 31일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채팅 방식으로 이뤄진 대화에서 챗GPT는 “정말이냐”는 이어진 질문에 “2021년까지 알고 있는 내용을 기준으로는 그렇다(Yes, as of my knowledge cut off in 2021, Moon Jae-in was the President of South Korea)”고 이처럼 답한 근거를 댔다. 챗GPT는 이날 기준으로 출시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았다.

 

기자가 새롭게 대한민국 대통령이 바뀐 사실을 알려주자 챗GPT는 “알았다, 당신이 맞다(Yes, you're correct)”면서 “2023년 현재 대한민국 대통령이 윤석열이라는 점을 새롭게 알려줘서 고맙다(Yoon Suk-yeol is the current President of South Korea as of 2023. Thank you for updating me)”고 답해왔다.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 약자인 GPT는 미리 훈련된 생성 변환기 정도로 풀이할 수 있다. 기존에 입력된 스크립트로 대화를 진행하는 ‘연산형’ 변환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딥러닝(Deep learning)으로 스스로 언어를 생성하고 추론할 능력을 지녔다는 의미다. 2018년 초기 모델 GPT-1 탄생에 이어 이듬해 전작의 10배 이상인 15억개 이상 매개변수(파라미터)를 활용하는 GPT-2가 나왔고, 2020년 공개된 GPT-3는 매개변수 1750억개를 활용해 사람들이 평소 사용하는 언어와 유사한 형태를 보여줬다.

 

이날 기자와 대화를 나눈 챗GPT는 무려 570㎇(기가바이트)의 방대한 자료를 학습하고도 대화 과정에서 엉뚱한 표현을 쓰는 사례가 발생한 GPT-3 이후 버전(GPT-4)으로 넘어가기 이전의 ‘베타 버전’이다.

 

GPT-3과의 대화에서 발견되는 이상한 답변을 수정·평가해 오류를 대폭 줄인 덕분에 챗GTP는 사람과 대화하는 듯한 느낌이다. 이를 잘 활용하면 고학력 비서들을 여럿 채용한 것 같은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광범위한 분야의 논문과 과제를 높은 수준에서 작성하고 연설문도 쓴다. 소설과 시·음악을 창작하고 프로그래밍 언어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도 있다고 한다. 심지어 미국 로스쿨과 명문 경영대학원(MBA) 시험에서 챗GPT로부터 얻은 답변을 제출해 합격점 받았다는 말도 있다. 숙제와 시험을 챗GPT에 의존하는 학생들로 미국 교육 당국이 고민에 빠졌다는 뉴스도 있다.

 

텍스트 입력만으로 인간과 소통하고 정해진 과제를 수초 내로 수행하며, 특히 이전 대화를 기억해 맥락을 파악한 채로 대화를 이어가는 매력점 등 덕분일까. 챗GPT 이용자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자산운용사 아크 인베스트먼트의 브렛 윈튼 최고미래부문책임자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스타그램이 355일 만에 하루 평균 일간활성이용자(DAU) 1000만명을 넘겼는데, 챗GPT는 출시 40일 만에 이 수치를 달성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간활성이용자는 하루 동안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 순수한 이용자 수를 나타내는 지표다.

 

챗GPT 페이지 캡처

 

윤 대통령이 신년 업무보고 자리에서 챗GPT를 극찬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쪽을 잘 아는 지인한테 2023년도 대통령 신년사를 챗GPT가 한번 써보게 해서 제가 받아봤다. 그럴 듯하다”며 “정말 훌륭하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몇 자 고치면 그냥 대통령 신년사로 나가도 (괜찮을 정도)”라고 말했다. 한 부처 공무원들이 장관의 언론 간담회를 2주간 준비했다는 사례를 소개하면서 “그런 경우라도 이런 챗GPT가 있으면, 2주간 밤 안 새우고 (준비를) 하루만 해도 되지 않겠나 싶다”고도 덧붙였다. 그리고는 “이것을 잘 연구해서 우리 공무원들이 잘 좀 활용할 수 있게, 그래서 불필요한 데 시간 안 쓰고 정말 국민을 위해 필요한 서비스를 창출하는 데에만 에너지를 쓸 수 있도록 행안부가 잘 리드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인간’에 가까워지는 챗GPT를 둘러싼 법적·윤리적 문제는 확산의 변수다.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인공지능은 기존 콘텐츠를 대량으로 학습해야 작동할 수 있어서 관련 저작권 소송이 잇따를 수밖에 없어서다. 챗GPT가 만들어낸 작품의 창작자를 누구로 봐야 하는지도 논쟁거리이고, 일부에서는 챗GPT가 가짜 뉴스, 혐오 발언, 성적·인종적 편견 등을 포함한 유해 콘텐츠를 생산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챗GPT는 완전한 생성형 AI는 아니다. 오픈AI는 여러 결점을 보완해 올해 내로 다음 버전인 GPT-4를 공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