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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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사정권, 헌법도 무시하고 국가비상사태 연장…장기집권 야욕 노골화

미얀마 군사정권이 국가비상사태를 연장해 쿠데타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 통치 체제를 유지한다.

 

1일 AFP 통신과 현지 매체 미얀마나우 등에 따르면 미얀마 국가방위안보위원회(NDSC)는 이날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국가비상사태 6개월 연장 요청을 승인했다.

미얀마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가운데). AFP연합뉴스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전날 성명을 통해 국가가 지속해서 시민방위군(PDF)의 ‘테러’를 겪고 있어 여전히 특수한 상황에 있다며 비상사태 연장 방침을 시사했다.

 

PDF는 민주 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의 군사 조직으로, 군정을 상대로 무장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끈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을 거둔 2020년 11월 총선이 부정선거였다고 주장하며 이듬해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켰고,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반대 세력을 유혈 탄압하고 있다.

 

미얀마 헌법에 따르면 국가비상사태는 최장 2년이며, 이후 6개월 이내에 선거를 치러야 한다.

 

이 때문에 쿠데타 2년인 이날 비상사태가 종료되면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측근인 민스웨 대통령 대행에게 권력을 넘긴 뒤 총선 전까지 막후 통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군부는 2년을 채우고도 ‘특수한 상황’임을 들어 6개월 더 국가비상사태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군정은 오는 8월쯤 총선을 개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군정은 최근 반군부 진영 정당의 총선 참여를 사실상 차단하는 새 선거법을 제정하는 등 총선을 통한 장기집권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영국, 호주 등 서방국들은 쿠데타 2년을 맞아 미얀마 군정에 대한 추가 제재를 단행했다.

 

미국 정부는 미얀마 연방선거관리위원회(UEC)와 에너지 기업 등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미얀마 군부의 핵심 자금 출처로 지목된 미얀마석유가스공사(MOGE)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전날 성명에서 “군부의 자금 및 무기 조달 등과 관련된 기관 3곳과 개인 6명이 제재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얀마) 선관위는 심각한 결함이 있는 선거를 추진 중”이라며 “반대 세력을 잔혹하게 탄압하는 군정이 계획한 선거는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는 것이 미국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