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사설] 민주당 이상민 탄핵안 발의, 李 엄호용 정치 공세 아닌가

이태원 참사 정치적 책임 있지만
탄핵 사유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다수 의석 앞세운 횡포 중단해야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이태원 참사 대응 부실의 책임을 물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을 정의당·기본소득당과 공동 발의했다. 탄핵소추 사유로 이 장관이 재난·안전관리 사무를 총괄·조정해야 할 책임이 있는데도 이태원 참사를 예방하기 위한 사전 재난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탄핵소추안은 내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후 “159명의 무고한 생명이 희생된 대형 참사가 발생했는데도 정부는 그 누구도 책임 있게 사과하거나 물러나지 않았다”며 탄핵소추안 발의 배경을 밝혔다. 민주당은 앞서 지난 2일 의총을 열어 탄핵소추안 발의 여부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주말에 당내 의견을 수렴했다.

이태원 참사 발생 100일이 지나도록 사법적 처벌은 고사하고 정치적·도의적 책임조차 묻지 못하고 있는 건 분명히 문제가 있다. 이 장관이나 경찰청장 등 누구도 도의적 책임을 지지 않은 건 무책임하다. 그렇더라도 이 장관이 탄핵을 받을 만한 법적 잘못을 했느냐는 다른 문제다. 박 원내대표가 지적한 것처럼 헌법 제56조는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경우 공직자를 탄핵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과 법률 위반’이란 부정부패, 직권남용에 의한 삼권분립 침해 등 심각한 수준의 위법 행위라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이 장관의 잘못이 이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이 장관 탄핵을 밀어붙이는 데는 다른 의도가 있어 보인다. 국무위원 탄핵소추는 재적 의원 과반(150명) 찬성으로 의결되므로 169석의 민주당이 단독으로 통과시킬 수 있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이 장관 직무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 때까지 정지된다. 그때까지는 이 문제가 정치적 이슈가 될 것이다. 지금은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 등과 관련해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와 기소 가능성이 가시화하는 시점이다. 따라서 이 장관 탄핵 추진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맞불용 정치 공세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민주당은 요즘 ‘이재명 지키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대표의 두 차례 검찰 소환조사에는 당 소속 의원 수십명이 동행해 응원했다. 지난 주말엔 서울 도심에서 6년 만에 장외집회를 열었다. 당과는 무관한 이 대표 개인 비리 혐의에 대한 수사인데도 거당적인 방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이 이 장관 탄핵에 매달린다고 이 대표 범죄 혐의가 가려질 수는 없다.